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결혼을 앞둔 한 여성 교사가 예비 신랑의 가정환경을 두고 올린 고민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갑론을박을 유발하고 있다. 남성의 뛰어난 개인 스펙과 대조되는 부모의 학력 및 직업을 지적한 내용을 두고 현실적인 조언과 과도한 편견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붙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친이랑 결혼 생각 중인데 집안이 너무 별로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교사로 재직 중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남자친구는 명문대(스카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해 대형 회계법인에 다니고 있다"며 "스펙만 보면 상위권이 맞고 연봉도 또래 대비 잘 버는 편이며 사람 자체도 괜찮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A씨의 고민은 남자친구의 부모님 배경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A씨는 "남친 부모님 두 분 다 초등학교 졸업(초졸)에 평생 식당 일을 하셨다고 한다"며 "반면 우리 집은 부모님 두 분 다 교사이고 나도 교사라 집안 분위기 차이가 꽤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애할 땐 남자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얘기가 나오니 '결혼은 집안끼리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명절이나 경조사, 향후 자녀 교육, 양가 왕래 등을 고려했을 때 가치관이나 집안 분위기의 차이를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남자친구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아무리 잘나도 결국 태어난 환경은 못 숨긴다는 느낌도 든다"며 다른 직장인들에게 결혼 시 집안 수준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 조언을 구했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댓글창은 순식간에 불타 올랐다. A씨의 입장에 공감하는 이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결혼은 현실이라 양가 부모님의 대화 수준이나 살아온 문화가 다르면 장기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학력을 떠나 가치관의 격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A씨의 시선이 지나치게 속물적이며 오만하다는 강한 비판도 쏟아졌다. 한 직장인은 "초졸 학력으로 식당 일을 하시면서도 자식을 명문대 경영학과에 보내고 회계사로 키워내신 부모님이라면 존경받아야 마땅하다"라며 "오히려 훌륭한 가정환경인데, 단편적인 간판만 보고 '집안이 별로'라고 칭하는 가치관이 더 우려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이 역시 "남자친구의 스펙은 상위 1%인데, 본인이 교사 집안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을 급 나누기하며 깎아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논란은 현대 결혼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집안의 격차'와 '개인의 능력' 사이의 우선순위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수성가한 배우자의 개인 역량을 높이 살 것인가, 아니면 성장 배경과 원가정의 분위기를 더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청년 세대의 가치관 충돌은 당분간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