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0일(일)

'광주 흉기 피습' 여고생 비명 듣고 달려간 고교생... 목 찔리고도 범인과 대치

광주 여고생 흉기 피습 사건에서 피해자를 구하려다 함께 공격당한 고교생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1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A군은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멀리서 연인끼리 다투는 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고 말했다.


A군은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5일 오전 0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고교생 B양이 면식이 없는 장모씨의 흉기에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군은 비명소리를 듣고 길 건너편으로 뛰어갔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여학생을 발견하고 순간 몸이 굳었다고 했다.


B양은 A군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A군이 휴대전화를 꺼내는 순간 장씨가 흉기를 들고 접근했다.


A군은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다른 손으로 흉기를 막으려다 손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목 부위를 두 차례 찔렸으나 범인을 밀어내고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출혈이 심했던 A군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뉴스1


지인의 신고로 B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A군은 긴급 봉합 수술을 위해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진 후 현재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군은 숨진 여학생 이야기가 나오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라며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A군은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범인의 얼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면 몸이 굳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남부대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흉기 피습 현장에서 경찰이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여고생 1명이 숨지고 이를 돕던 남고생 1명이 다쳤다. 2026.5.5 / 뉴스1뉴스1


A군의 아버지는 "길에서 마주친 동물에게 물이나 간식을 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아이"라며 "사건 직후 아이는 살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목까지 찔린 위험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왜 그렇게 위험한 데를 갔냐고 뭐라고 했더니 '아빠라도 그 상황이면 그러지 않았겠냐'고 하더라"며 "수술 후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설명 받은 아들은 침울해하더니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사건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서 '남고생이 도망갔다'는 식의 댓글을 봐야 했다"며 "상처를 조금 입고 도망간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영웅처럼 봐달라는 게 아니다. 다만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아들이 한 행동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일이었다. 제 아들이 위축되기보다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1뉴스1


A군은 "그래도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몸이 움직일 것 같다"며 "이유도 없이 여고생을 살해한 범인을 크게 처벌해야 한다. 최고로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오는 14일 신상이 공개된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죽을 때 누군가를 데려가려 했다",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충동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씨가 '묻지마 범죄' 형태의 계획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디지털포렌식과 사이코패스 검사 등을 통해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산구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A군에 대한 의사상자 신청과 '자랑스러운 광주학생상' 수여 등의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