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떠돌던 조선의 마지막 왕이 직접 쓴 현판과 명필이 남긴 글씨가 한 형제의 노력 끝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8일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순종예제예필현판'과 '백자청화이진검묘지'의 합동 기증식을 열고 유물을 공개했다. 이번 환수는 캐나다와 일본에 각각 거주하는 김창원·김강원 형제가 이 유산들을 구입해 소장하다가 고국으로 돌려주기로 결정하면서 성사됐다.
동생 강원씨가 기증한 '순종예제예필현판'은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이 세자 시절 직접 글을 쓴(예제예필) 나무 현판이다.
(왼쪽부터)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순종예제예필현판 기증자 동생 김강원 씨, 백자청화이진검묘지 기증자 형 김창원 씨, 허민 국가유산청장.(국가유산청 제공) / 뉴스1
1892년 경복궁 연회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현판은 먹색 바탕에 녹색 글씨가 새겨진 점이 특징이다.
재단 관계자는 "글씨를 녹색으로 칠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현판의) 글씨가 귀하다는 상징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4년 일본 경매에 출품된 것을 현지에서 고미술 업체를 운영하는 강원씨가 낙찰받아 재단에 기증했다.
형 창원씨는 조선 후기 명필 이광사의 예서체 글씨가 담긴 '백자청화이진검묘지' 10점을 기증했다.
1745년경 제작된 이 묘지는 예조판서 이진검의 생애를 기록한 것으로, 아들 이광사가 글씨를 쓰고 문신 이덕수가 글귀를 지었다.
대부분 행초서(획을 흘려 쓰거나 생략하는 서체)로 알려진 이광사의 글씨가 예서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창원씨는 일본 고미술 거리에서 이를 발견해 구입한 뒤 동생과 뜻을 모아 기증했다.
백자청화이진검묘지(국가유산청 제공) / 뉴스1
김강원씨는 기증 이유에 대해 "조선 왕실의 유물인 현판은 경복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형 김창원씨 역시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고 봤다"며 고국 환수의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동생 강원씨는 이번을 포함해 총 4차례나 우리 문화유산을 기증했다. 박정혜 이사장은 "기증자들의 소중한 뜻이 국외문화유산의 연구와 보존·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순종예제예필현판(국가유산청 제공)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