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7일(목)

북한, 헌법서 '조국통일' 삭제했다... 김정은 '두 국가' 노선 공식화

북한이 헌법에서 통일 관련 조항을 전면 삭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국가 기조'를 반영한 대폭적인 개정을 단행했다.


6일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새 헌법 전문에 따르면 기존 헌법의 '조국통일'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고 남북을 별도 국가처럼 구분하는 영토 조항이 담겼다.


국무위원장의 지위와 권한도 크게 강화됐다.


북한은 새 헌법에서 기존 사회주의헌법 제9조의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내용을 완전히 삭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뉴스1(평양 노동신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뉴스1(평양 노동신문)


서문과 본문에 포함됐던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동족 관계와 통일 개념도 모두 제거됐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선대 업적 기술도 대폭 축소되면서 서문의 통일 위업 관련 내용이 사라졌다. 대신 김정은의 통치 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서문에 새롭게 명기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2024년 1월 예고한 대로 영토 조항이 신설됐다.


새 헌법 제2조는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아)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남쪽 육·해상 경계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해상경계선 얘기가 나오는 순간 우리가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이 빠진 건 북한도 그러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두 국가 관계 노선이 전반적으로 반영됐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예고했던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정은 위원장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존 헌법의 '제국주의 침략자들',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여', '내외적대분자들의 파괴책동' 등 전투적 표현들도 삭제됐다.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은 대폭 강화됐다. 국가기관 배열 순서에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보다 먼저 배치되며 '국가수반'으로 정의됐다. 북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보다 앞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국무위원장의 핵무력 지휘권이 헌법에 처음으로 명시됐고, 위임 근거 조항도 신설됐다.


국무위원장의 '중요 간부 임면' 권한에는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총리'가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도 삭제돼 명목상 견제 권한이 폐지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르는' 등 기존 사회주의 무상 복지 조항도 모두 삭제됐다.


'혁명투사', '영예군인' 등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 대상에는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참전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새 헌법이 조항 구성과 표현 수위로 볼 때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이정철 교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이 생겨났지만 적대적 관계, 교전국 관계 성격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해볼 수 있는 헌법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