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1일(화)

박정원 AI 드라이브 속 두산로보틱스 적자 확대...더 짙어진 두산밥캣 그림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전사적 역량을 모아 AX를 가속하자고 주문했다. AI 기반 경쟁력이 기업의 격차를 가를 것이라며, 기존 제품의 지능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포트폴리오 확장을 강조했다. 발전 기자재와 건설기계, 로봇 등 두산의 제조 역량과 하드웨어 데이터를 피지컬 AI 시대의 강점으로도 제시했다. 다만 시장은 메시지보다 숫자를 먼저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실적은 박 회장의 AX 구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두산로보틱스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30억원, 영업손실 5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29.6% 줄었고, 영업손실은 44.3% 늘었다. 


매출 감소는 미중 갈등과 관세 정책 등 무역긴장 지속이 직접적 배경이다. 손실 확대는 매출 감소와 함께 판매비·관리비 증가가 겹친 결과다. 판관비는 전년 507억원에서 639억원으로 132억원 늘었다. 급여만 전년 137억원에서 183억원으로 불어났고, 경상개발비도 85억원에 달했다.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지난해 9월 단행한 원엑시아 인수도 손익에 반영됐다. 두산로보틱스는 미국 로봇 자동화 시스템 기업 원엑시아(ONExia)를 약 323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편입 기간(9~12월)에 거둔 매출은 60억원 수준에 그쳤다. 원엑시아를 흡수합병해 'Doosan Robotics Americas, Inc.'로 재편하고 북미 자동화 솔루션 사업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지만, 아직 매출 기여는 초기 단계다.


반면 두산밥캣은 여전히 그룹 내 현금창출력의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1억8200만달러(한화 약 8조8천억원), 영업이익 4억8200만달러(약 686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4.5% 줄었지만, 결산배당금 500원을 더해 연간 총배당금 1700원을 확정했고 (연결)현금배당성향도 40.4%로 맞췄다. 시장 둔화 속에서도 최소배당 1600원과 연결 순이익의 40% 환원 약속을 이행했다.


이 대목에서 지난해 구조개편의 기억이 다시 소환된다. 두산그룹은 2024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했지만 8월 이를 철회했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 폐지하려던 계획도 함께 무산됐다. 


계획은 접혔지만, 로보틱스를 볼 때마다 밥캣이 함께 거론되는 이유는 여기서 시작됐다.


박 회장이 AX를 말할수록 시장은 되레 두산로보틱스의 미래보다 두산밥캣의 현금부터 떠올린다. 아직 숫자로 입증되지 않은 성장 서사와 이미 실적으로 증명된 현금창출력이 같은 그룹 안에 나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두산로보틱스도 수익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회사는 올해를 지능형 로봇 솔루션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원엑시아를 북미 거점으로 활용해 AI 기반 팔레타이징·디팔레타이징 솔루션과 차세대 협동로봇, 산업용 휴머노이드 청사진을 제시했다. 소프트웨어·AI 기능을 하드웨어와 통합한 플러그앤플레이 방식의 지능형 로봇 솔루션이 핵심이다. 다만 지금 시장이 묻는 것은 기술 구호의 크기가 아니라 손실 축소와 매출 회복의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