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1일(화)

원가 100배 리셀에도 '오픈런'... 로제 애착 장난감 '니도', 품귀에 가품까지 기승

손안에서 말랑하게 일그러지는 촉감 하나로 마음의 파도를 잠재운다. 불안이 스며들 때는 조용한 위안이 되고, 무료함이 고개를 들 때는 은근한 즐거움으로 번진다. 최근 MZ세대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피젯 토이(Fidget toy)의 대표 주자, '스트레스 볼'의 이야기다.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감정 조절의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스트레스 볼은 블랙핑크 로제, 에스파 카리나 등 인기 셀럽들이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손끝에서 시작된 이 소소한 위로는 빠르게 소비되는 트렌드 속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키워가는 중이다.


인사이트니도 스트레스볼 / 아마존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완구 기업 쉴링(Schylling)의 피젯 토이 '니도(NeeDoh)'가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으며 제2의 스탠리 텀블러 대란을 재현하고 있다.


본래 5달러(약 7,000원) 안팎이던 이 제품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이베이(eBay) 등 리셀 시장에서 무려 500달러(약 70만 원)에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앞서 2024년, 가수 로제는 여러 차례 평소 애용하는 니도의 스트레스 볼을 소개하며 국내 인기에 불을 지폈다. 당시 로제는 가방에서 제품을 꺼내며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도 항상 들고 다닌다. 불안할 때마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필수템"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감 완화에 효과적이라 이제는 이것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정도"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니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비결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심리적 안정감'에 있다. 의학적으로도 스트레스 볼처럼 부드러운 물건을 손으로 만지는 행위는 긴장과 불안 해소에 효과가 있다. 손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뇌에서 상황 판단과 감정 조절을 관여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는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줄어들어 정서적 평온함을 얻게 된다.



하지만 폭발적인 수요는 극심한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쉴링의 CEO 폴 와인가드는 "올해 1년 치 재고가 단 9주 만에 모두 동났다"며 공급 능력을 압도한 수요에 당혹감을 표했다. 특히 연말 출시된 어드벤트 캘린더 형태의 멀티팩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바이럴된 것이 결정적이었으며, 온라인에서는 재고를 찾아 헤매는 '니도 사냥(NeeDoh hunt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과열된 열기만큼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매장 앞 오픈런과 소란이 빈번해지자 일부 소규모 상점들은 유행이 끝날 때까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뼈아픈 지점은 실제 치료나 감각 조절용으로 니도를 사용해 온 실사용자들의 피해다. 자폐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도구가 유행 때문에 사치품이 되어버려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공식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한 가품 시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쉴링 측은 "공식 파트너가 아닌 곳에서 판매되는 저가 제품은 안전과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여름 전까지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