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18일(토)

수출 대박에도 원화값 '뚝'... 10년 묵은 환율 공식 깬 '서학개미'

수출이 잘되면 원화 가치가 오르던 공식이 깨졌다.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기현상의 배후에는 무역이 아닌 '자본 이동'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이제 환율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상품 수출입이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투자로 옮겨갔다.


한국은행은 2015년을 기점으로 환율 결정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수출 경쟁력이 환율을 좌우했지만, 2023년 들어서는 경상수지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원화가 약해지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Korea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Korea


실제로 2000년 이후 환율 상승폭 19%를 분석한 결과, 달러 자산 투자와 저축 증가가 각각 9%씩 기여한 반면 수출 등 상품 요인의 영향은 단 1%에 불과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거주자들의 '서학개미' 열풍과 기관의 해외 투자 확대가 있다. 한국은 2014년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한 이후 해외 자산을 빠르게 늘려왔으며, 2025년 기준 총 대외자산은 2조 8752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해외 투자 중 63.4%가 미국에 쏠려 있어, 달러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원화 약세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출을 많이 하면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고 원화도 강세가 됐는데 최근에는 자본 유출입이 환율을 움직이고, 이 환율이 다시 수출에 영향을 주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환율 변동의 80% 이상이 금융 요인에 의해 설명되는 상황에서, 환율 급등기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보다 거주자의 해외 자산 투자 확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지수 편입 등을 통해 시장의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심도가 깊어질수록 동일한 충격에 대한 환율 반응은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거래 기반을 넓히는 것이 변동성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의 환율 급등은 변동성이 큰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의 영향이 크므로,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환율도 점차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