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이 총파업 예고로 번지면서 반도체 협력 생태계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상한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전날(16일)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협상이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은 원청 인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삼성전자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시설이 있는 1차 협력회사는 2140개이며, 이 가운데 DS부문 협력회사는 421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DS부문 상생협력 DAY를 열어 64개 회원사 대표와 만나고 17개 협력사를 시상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쟁력을 '협력 생태계의 성과'로 설명해왔다.
그런데 노조가 성과급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건 그저 삼성전자 '내부 보상' 구조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요구하고 있고, 회사도 경쟁사 수준 이상의 보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는 줄곧 배분 기준을 삼성전자 내부 인력 기준으로 좁혀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부담은 협력사 쪽에서 먼저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가처분 신청에서 장비 손상, 원료 폐기, 공급 차질, 안전사고 우려를 함께 거론한 것도 협력업체 부담을 의식한 대응으로 읽힌다. 원청은 교섭을 이어갈 수 있어도 협력업체는 물량 변동과 가동률 저하, 현장 인력 운영 부담을 더 먼저 떠안을 수 있다.
성과급 논의는 내부에서 진행되는데, 생산 차질의 파장은 공급망 바깥으로 먼저 번지는 구조다. 장비·소재, 세정·코팅, 가스 공급, 물류·유틸리티처럼 라인 운영에 필요한 협력업체 인력에게 고통이 쏠릴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사 상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이번 갈등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DS부문 상생협력 DAY에서 삼성전자는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고 우수 협력사를 시상했다. 김영재 협성회 회장은 삼성전자와 협력회사가 원팀으로 결합될 때 경쟁력이 완성된다고 했고, 전영현 DS부문장도 협력회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기술 혁신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 잠정 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성과급 재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더 두드러지는 건 실적 자체보다 보상 논의의 범위다. 반도체 생산을 함께 떠받치는 협력 생태계는 실적의 배경으로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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