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2일(목)

'배달 플랫폼 1위' 배민, 규제 필요성 제기되는 이유는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외주 인력을 통한 고객 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플랫폼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된 것이다.


배달의민족에 발생한 이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영업자 수수료 갈등부터 서비스 정책 논란, 그리고 개인정보 관리 문제까지, 크고 작은 잡음이 반복돼 왔다.


그런데도 시장의 반응은 놀라울 만큼 차분하다. 점유율에 의미 있는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이용자 이탈 역시 제한적이다.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용자로서는 본질적인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반복되는 악재에도 시장은 왜 흔들리지 않는가?"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일반적인 경쟁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의 신뢰 훼손은 2·3위 사업자에게 기회로 작용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식적인 반응'이 좀처럼 작동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배민에 거대한 이슈가 발생했는데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현상에 대해 특정 기업의 경쟁력이 부족했다거나, 마케팅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는 거다. 오히려 문제는 시장 구조에 가깝다.


배달 플랫폼은 이용자와 자영업자를 동시에 묶어두는 전형적인 양면 시장이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음식점이 몰리고, 음식점이 많은 플랫폼에 다시 이용자가 몰리는 구조가 당연하다 보니 1위 사업자는 '선택지'가 아니라 '기본값'으로 고착된다.


그렇다면 배민 체제로 굳어진 판은 어떻게 흔들 수 있을까. 답은 '규제'에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물론 지금도 플랫폼을 둘러싼 규제는 분명 존재한다. 다만 그 초점이 과징금, 시정명령, 권고 등 사후 제재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 여부를 감시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데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에 가깝다.


플랫폼의 지위를 흔들거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니, 기업은 근본적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 위협조차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고착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닌데, 해외에서는 규제 방향을 점차 달리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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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다. DMA는 공정하고 개방적인 시장 환경 유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사전 경쟁 규칙을 적용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단순한 사후 제재를 넘어 사업 방식 자체에 제약을 가한다.


이 같은 흐름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플랫폼 시장에서 문제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요인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해도 구조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환경에 있다는 점이다.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 자체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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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를 가장 직접적인 수단으로 꼽을 수 있겠다.


주문 이력과 고객 정보는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지만, 동시에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데이터 접근 방식에 일정한 제한을 두거나, 표준화된 형태로 일부 개방을 유도할 경우 시장 내 경쟁 환경은 지금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노출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플랫폼 상위에 노출되는 음식점이 광고와 자연 노출 중 어떤 기준으로 노출된 것인지 그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고, 일정 수준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함으로써 자영업자와의 종속성을 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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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간 병행 이용을 의미하는, 이른바 '멀티호밍(Multihoming)' 환경 조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식 배달 플랫폼 이용자 2500명 중 55%가 2개 이상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음식점과 메뉴라도 플랫폼별 가격과 혜택이 달라 이용자들이 여러 앱을 오가며 비교하는 소비 행태가 이미 일상화된 것이다.


멀티호밍 환경이 정착될 경우 이용자는 번거로운 비교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점주는 플랫폼별 운영에 따른 기술·관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나아가 후발 플랫폼에게는 이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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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안은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겠지만, 규제 강화에 따른 서비스 개선 속도 저하, 소비자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배달 플랫폼 시장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기업 책임을 넘어서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특정 사업자의 일탈 여부를 따지는 것을 넘어, 그 사업자가 쉽게 대체되지 않는 구조 자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체할 수 없는 플랫폼이 아니라, 대체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마련될 때 '공정한 경쟁'은 비로소 이뤄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