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2일(목)

롯데 겨눈 태광, 정작 '친인척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공정위 심의 중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의 내부거래와 경영진 책임을 앞세워 공세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태광의 문제 제기만 볼 일은 아니라는 시선도 나온다. 태광그룹 역시 총수 일가 친인척 회사 지원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라 있어서다. 다른 기업을 비판하는 태광이 정작 자기 그룹을 둘러싼 논란에는 얼마나 엄격했는지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광은 최근 롯데홈쇼핑과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태광 측은 지난 1월 14일 이사회에서 내부거래 승인 안건이 부결됐는데도 롯데홈쇼핑이 올해 1~2월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계열사와 25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5월 14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김재겸 대표 해임안도 밀어붙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25억원 규모 거래는 태광 측 주장일 뿐이다. 


롯데홈쇼핑은 반박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태광이 문제 삼는 거래가 지난 19년간 태광 측 이사진을 포함한 이사회가 동의해 온 사업구조이며 법적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롭게 드러난 위법 사실이라기보다, 기존 거래 구조를 놓고 태광이 주총을 앞두고 다시 쟁점을 키우는 흐름에 가깝다.


태광그룹 사업구조 재편] 또 하나의 히든카드 부동산업…부지 풍부·자금력 탄탄사진제공=태광그룹


양평동 사옥 매입 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23년 7월 롯데홈쇼핑 이사회는 서울 양평동 롯데웰푸드 사옥을 2039억원에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로부터 매입하는 안건을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후 태광은 이 거래를 문제 삼아 롯데홈쇼핑을 롯데지주 부당지원 의혹으로 공정위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미 한 차례 판단이 끝난 사안을 태광이 다시 꺼내 든 셈이다.


태광도 자기 사정이 편한 쪽은 아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1월부터 태광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재할지 심의 중이다. 공정위는 이호진 전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 티시스를 통해 조카와 처제 회사를 지원한 혐의가 있다며 최대 260억원 과징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올렸고, 지원을 받은 회사들에 대한 과징금 및 이 전 회장 고발 의견도 함께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태광 측도 혐의가 사실로 인정된 게 아니라고 해명한다.


그렇더라도 태광의 공세가 힘을 받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친인척 지원 의혹으로 공정위 심의를 받는 상황에서 롯데를 향해 원칙과 절차를 내세우면, 시장은 자연히 태광 쪽도 같은 잣대로 보게 된다. 태광의 지적이 맞는지와 별개로, 그 지적을 던지는 쪽의 명분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따로 따져볼 문제다.


주주가치 논란도 있다. 태광산업은 2025년 6월 27일 자사주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내놨다가, 같은 해 11월 24일 이를 철회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가 교환권 행사 시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감독원도 발행 상대방 관련 중요 사항 누락과 조달자금 사용 목적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정정명령을 내렸다. 태광산업은 이후 주주가치 보호를 이유로 철회를 결정했다.


이 사안은 친인척 지원 의혹과는 결이 다르다. 그래도 공통점은 있다. 태광이 남의 내부거래와 지배구조에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기 그룹의 계열사 거래나 자금조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는 그만큼 분명한 설명을 내놨는지는 의문이 남는다는 점이다. 공정위 심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EB 발행도 철회로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남은 의문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지분 구조를 보면 이번 공방이 왜 커질 수밖에 없는지도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홈쇼핑 최대주주는 롯데쇼핑으로 지분 53.49%를 보유하고 있고, 태광산업은 대한화섬·티시스 등을 포함해 44.98%를 가진 2대 주주다. 롯데와 태광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이번 충돌은 단순한 비판전이 아니라 사실상 지배력 다툼의 성격도 짙다.


5월 14일 임시주총은 그 연장선에 있다. 태광은 롯데홈쇼핑 내부거래와 경영진 책임을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롯데만 들여다보지 않는다. 태광이 자기 그룹의 친인척 지원 의혹과 주주가치 논란에 어떤 답을 내놓는지도 함께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