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1일(수)

"의사 선생님 계시나요" 기내에 '닥터콜' 울리자 튀어나간 한국 의사들, 심정지 위기 여성 살렸다

필리핀 마닐라행 항공기에서 심정지 위기에 빠진 외국인 승객을 한국 의사들이 구조한 사연이 공개됐다.


1일 의료계와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발 마닐라행 항공기에서 필리핀 국적으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이 화장실 앞에서 쓰러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도와달라"는 방송이 울리자, 당시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 참석차 탑승한 대한가정의학회 소속 의사 7명이 즉시 응급처치에 나섰다.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현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가 닥터콜을 받고 가장 먼저 환자에게 달려갔다.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는 "김철민 이사장이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따라 나섰는데, 안색이 창백한 중년 여성이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었고 승무원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사이트강남을지병원 김정환 원장 페이스북


환자는 기도 확보가 시급한 상태였다. 김철민 이사장이 삽관을 시도했지만 환자의 체구가 크고 혀가 뒤로 말려들어가면서 플라스틱 후두경으로는 삽관이 어려웠다.


다행히 기내에 후두마스크(LMA)가 비치돼 있어 김철민 이사장이 즉시 후두마스크를 삽입했고, 김정환 교수가 청진기로 호흡음을 확인했다.


환자는 약간의 의식이 남아있었지만 왼쪽 손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아 우측 뇌경색이 의심됐다.


김정환 교수는 "환자 호흡음이 너무 약해 이러다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며 "자발적 호흡이 점차 약해지고 수축기 혈압이 80 이하로 떨어지면서 심정지까지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앰부백을 이용해 강제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인사이트강남을지병원 김정환 원장 페이스북


다른 자리에 앉아 있던 의사들도 하나둘 환자 곁에 모여 응급처치를 도왔다. 위기의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앰부백으로 호흡을 유지하던 중 환자의 안색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경동맥을 확인한 결과 자발적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졌던 혈압도 수축기 190~200까지 회복됐다.


김정환 교수는 "환자의 의식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작은 질문에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이면서 답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은 손을 바꿔가며 3시간 30분 동안 환자 곁을 지켰고, 마닐라 공항 도착 시 환자의 상태는 점차 호전된 상태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정환 교수는 "비행기에서 닥터콜을 받는 경험은 간혹 있지만 이 정도로 위중한 환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물다"며 "특히 이렇게 많은 의사들이 학회 참석을 위해 한 비행기에 탑승한 상황에서 이런 환자를 만나는 경우는 더욱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