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구원인 남성이 데이팅 앱에서 만난 여성에게 가짜 임신으로 속아 결혼했다가 상대방의 3억원 빚과 계획적 사기 행각을 뒤늦게 발견한 사연이 공개됐다.
3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대기업 연구원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8개월 전 데이팅 앱을 통해 미용실을 운영하는 여성과 만났다. 교제 3개월 무렵 여성은 임신했다며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며 함께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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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조산 위험을 이유로 "출산 전에 혼인신고부터 하자"고 요구했고 A씨는 이에 응했다. 그러나 얼마 후 여성은 A씨에게 전화해 "태아 상태가 좋지 않아 방금 중절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가 "왜 이런 큰 결정을 혼자 하냐"고 따지자 여성은 대답을 피했다.
의심을 품은 A씨가 여성이 다녔다던 병원을 찾아가자 여성은 해당 병원 환자가 아니었다. 추궁당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 조건이 좋아 다른 여자에게 갈까 봐 거짓말했다"고 실토했다.
A씨는 여성을 용서했지만 이후 여성의 휴대전화에서 여러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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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지인에게 '이번에는 성공했다. 저번 남자는 너무 예민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를 속여 혼인신고까지 성사시킨 과정을 '성공'으로 표현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성에게 3억원이 넘는 빚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A씨는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병원 진료는 늘 혼자 갔고, 시간이 지나도 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전에는 사업자 대출 3000만원이 전부라고 했는데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그 빚도 대부분 사치품을 사느라 끌어다 쓴 돈이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적으로 저를 속인 아내와 결혼을 취소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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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는 혼인 무효는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조 변호사는 "혼인 무효는 당사자 간 혼인 의사가 없거나 근친혼 관계에 있는 경우 소송을 통해 인정된다"며 "A씨는 임신했다는 말에 속아 혼인신고했지만, 혼인 의사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 따라서 혼인 무효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혼인 취소는 가능하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혼인 취소 소송은 취소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며 "A씨는 임신 사실이 아니었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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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민법은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 의사를 표시했다면 혼인 취소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며 "상대방이 혼인을 결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고지하거나 말했어야 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조 변호사는 "A씨는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아내가 재정 상황도 속이고 결혼 이후 부정행위를 이어온 점도 위자료 사유로 참작될 것"이라며 "혼인 취소는 판결 확정 시점부터 혼인 효력이 없어지므로 아내가 결혼생활 중 다른 남성들을 만났다면 A씨는 상간남들을 상대로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혼인 생활 중 부부가 공동 형성한 재산을 나누는 것"이라며 "A씨는 결혼 생활 5~6개월 만에 끝이 났다. 단기간에 혼인 생활이 파탄됐다면 재산 분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내 빚 3억원은 결혼 전에 받은 대출금이므로 A씨가 분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