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밀어붙인 선제 투자 전략이 한화오션의 실적 반전으로 이어지면서, 같은 방식이 한화솔루션에서도 통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먼저 돈을 넣어 경쟁력을 확보한 뒤 시간이 지난 뒤 실적으로 입증하는 방식은 김 부회장이 여러 사업에서 보여온 경영 스타일이다. 다만 조선에서 먹힌 방식이 태양광에서도 그대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먼저, 김 부회장식 투자가 성과로 드러난 곳은 한화오션이다. 김 부회장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한 뒤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재편했다. 그 결과 한화오션은 2023년 1965억원 영업적자에서 2024년 2379억원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2025년에는 매출 12조6884억원, 영업이익 1조1091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고마진 LNG 운반선 비중 확대와 생산 안정화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수주도 뒤따랐다. 한화오션은 2025년 LNG 운반선 13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0척, 컨테이너선 17척 등을 포함해 총 100억5천만달러를 수주했다. 2026년 3월 말 기준 1분기 누적 수주도 23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주가 갑자기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부회장의 경영 이력을 보면 이런 방식은 낯설지 않다. 그는 2015년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하며 태양광 사업 전면에 섰고, 이후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 등을 맡으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태양광에서 우주, 방산, 조선으로 이어진 확장 흐름이 김 부회장 손을 거쳐 이어졌다. 최근 1년여 사이 한화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불어난 배경에도 방산과 조선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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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화솔루션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화솔루션은 2조4천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1조5천억원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9천억원은 탑콘 생산라인 구축과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투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북미를 중심으로 커지는 태양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차갑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한화솔루션 주가는 하루 만에 18% 넘게 떨어졌다. 이날(30일)에도 5% 정도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증자가 성장 투자라기보다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성격이 더 짙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분류한 것도 부담이다.
김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도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지는 못했다. 그는 약 30억원 규모의 한화솔루션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고, 주요 경영진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규모에 비해 상징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은 겉으로 보면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했다. 둘 다 시장의 의심 속에서 큰돈이 먼저 들어갔고, 이후 실적으로 판단받아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업종의 결은 다르다. 조선은 고부가 선종 중심의 수주 전략이 비교적 빠르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태양광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 경쟁, 정책 변화에 훨씬 민감하다. 투자 이후 성과가 드러나기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는 지난해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받은 총 현금 보수가 80억9600만원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RSU는 46만4334주로 늘었다. 최대 10년 동안 주가와 연동되는 보상 구조다. 성과를 먼저 인정받고 차후에 보상을 받겠다는 의지다.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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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성과가 확인되면 이번 유상증자를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주 희석 논란은 더 거세질 수 있다. 김동관式 성장 전략이 또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