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8일(토)

라디오 드라마 황금기 이끈 '1세대 성우' 구민, 미국서 별세

한국 방송계의 전설적인 성우 구민(본명 구교문)이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지난 27일 한국성우협회는 구민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이민 후에도 현지 한인 방송에서 목소리 연기를 계속하며 성우로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를 지켰다.


news-p.v1.20260327.6cb007b75aed4eb982605f3604f0852a_P1.png성우 구민 / 한국성우협회


1932년 태어난 구민은 한국 방송사에서 독특한 발자취를 남겼다. 1946년 국내 최초 라디오 연속극 '똘똘이의 모험'에 아역으로 참여하며 방송 인생을 시작했다. 1948년 KBS 방송극예술연구원(현 성우극회) 2기로 입사하면서 전문 성우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동료 연기자들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던 것과 달리, 구민은 라디오 매체에 전념했다.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라디오의 특성에 매료되어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라디오 황금기를 관통하며 활동했다.


구민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정교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성대모사와 캐릭터 분석 능력이었다. 동아방송 '정계야화'와 TBC '광복 20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할 때는 실제 인물의 음성과 말투를 완벽하게 구현해 찬사를 받았다.


521296_682501_185.jpgKBS2 '앙케이트 쇼 - 유쾌한 청문회'


성인 대상 작품 '청실홍실', '김삿갓 북한 방랑기'부터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던 KBS 인형극 '부리부리 박사'의 주인공까지 맡으며 모든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목소리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연기 활동과 함께 구민은 성우 업계 발전에도 기여했다. 1966년 한국성우협회 창립에 참여했으며, 전무이사와 회장을 맡아 협회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후배 성우들의 권익 보호와 성우직의 전문성 확립에 앞장섰다.


한국성우협회는 "구민은 다양한 방송 활동을 통해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성우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세운 인물"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