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6일(목)

익명으로 11억원 기부한 '얼굴없는천사' 기념하기 위해 '12억짜리 기념관' 만든다는 전주시

매해 연말마다 종이상자에 거액의 성금을 담아 두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 전주시가 이를 위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도한 예산 투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3일 중노송동에서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 착공식을 개최했다. 기부자의 숭고한 정신을 잇겠다는 취지다.


지상 2층, 165.63㎡ 규모의 기념관은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image.png지난해 12월 30일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1층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나눔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실과 시민들을 위한 휴게 공간이 마련된다. 2층은 기부 역사와 관련 기록들을 전시하는 자료실로 구성될 예정이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매년 성탄절 시기에 노송동 주민센터에 성금을 기부해온 익명의 기부자다. 26년 동안 그가 기부한 금액은 11억 3488만 2520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30일에도 9004만6000원이 담긴 상자를 주민센터 인근에 두고 떠났다.


전주시는 이 성금으로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7241가구를 지원했다. 현금을 비롯해 쌀, 연탄, 난방 주유권 등 다양한 형태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고, 지난해 성금 역시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활용됐다. 


시는 그동안 거금을 선뜻 내놓은 익명의 기부자를 위해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마을을 ''천사마을;로 명명하고, 주변 도로를 '천사의 거리'로 조성했다. 


image.png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 / 전주시


여러 곳에 기념비와 쉼터도 설치했다. 노송동 주민센터 내에는 소규모의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도 운영 중이다. 


해마다 마을에서는 '얼굴 없는 천사 축제'가 열리고, 전주영상위원회에서는 지난 2021년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처나는 바이러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새로 짓는 기념관에 투입되는 예산이다.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은 12억 7천만원으로, 지금까지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금액보다 많다. 


조용한 선행을 실천해 온 기부자의 진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기부자가 저런 걸 원할까?", "괜히 '얼굴 없는 천사' 이름을 부여서 기부한 사람의 진정성이 훼손된 거 같다", "필요한 곳에 쓰라고 11억억을 기부했는데 기부 기념관을 12억 주고 짓는다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origin_전주시지역업체참여시용적률최대20인센티브.jpg전주시청 전경 / 전주시


다만 전주시는 기념관 건립은 시작일 뿐 장기적으로 노후화 주민센터 신축을 포함해 행정복합문화 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