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6일(목)

"넌 남자도 아녀"... 한국땅 밟은 '마약왕' 박왕열이 원망한 남자, JTBC PD였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48)이 인천국제공항 도착 직후 3년 전 자신을 취재한 JTBC PD를 향해 원망 섞인 발언을 쏟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7시 16분경 박왕열은 임시 인도 방식을 통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1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그의 손목에는 천으로 가려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일반적인 범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과 달리 박왕열은 고개를 곧게 세운 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수십 명의 경찰과 법무부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박왕열은 취재진의 각종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피해자나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 '필리핀 교도소에서 호화 생활을 했느냐', '국내 송환 심경이 어떤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박1.jpg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박씨는 필리핀 교도소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매달 300억 원대의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6.3.25/뉴스1


하지만 박왕열은 특정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넌 남자도 아녀(아니야)"라는 원망 섞인 말을 던졌다. 해당 취재진은 최광일 JTBC 탐사전문 PD로 확인됐다.


최 PD는 2020년 '바티칸' 마약단 탐사 과정에서 공급 총책인 박왕열에 대해 알게 됐고, 필리핀 현지에서 직접 만나 조직범죄 행태와 호화 수감 생활을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2023년 10월 최 PD와의 인터뷰에서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에 있으면서도 국내 마약 유통을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한국으로) 송환되고 싶은 거보다 못 간다. 왜냐하면 증거가 없다. 내가 마약 판 증거 있나"라며 여유를 부렸다.


박왕열은 인터뷰 내용 보도 시 "진짜 화날 것"이라며 비보도를 전제했으나, 약속과 달리 방송이 나가자 측근들을 통해 취재진을 협박했다. JTBC에 따르면 박왕열의 측근은 최 PD에게 "분명히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를 이용하고 불법 촬영까지 해서 저런 편집으로 뉴스를 보도하느냐"고 항의했다.


전화 연결이 어려워지자 다른 취재원을 통해 "최 PD를 죽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런 앙심을 품고 있던 박왕열이 인천공항 압송 현장에서 최 PD를 발견하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박2.jpg뉴스1


박왕열은 국내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를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인물이다. 현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렸다.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박왕열은 2016년 국내에서 150억 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도주해온 한국인 3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11일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이들 3명을 총기로 살해하고, 피해자들로부터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 2000만 원을 빼돌렸다.


박왕열은 현지에서 두 차례 탈옥을 시도했고, 결국 살인죄 등으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하며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대규모 유통하다 적발되는 등 계속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텔레그램 활동명은 '전세계'였다.


박왕열이 한때 수감됐던 뉴 빌리비드 교도소는 돈만 있으면 약과 식료품, 옷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VIP'로 여겨지며 풍족한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알려졌다.


박왕열의 호화 교도소 생활은 대통령실까지 개입하면서 종료됐다. 정부가 송환 노력을 기울인 지 9년여 만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의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