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는 것만으로 치매 환자가 편하게 혼자서 차를 끓이고, 옷을 입고, 가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영국 런던의 IT 기업 크로스센스(CrossSense)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안경이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굿뉴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이 안경은 렌즈에 시각적 단서를 직접 투영해 치매 환자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음성으로 질문에 답하거나 해설을 제공하는 기능도 갖췄다.
크로스센스 AI 안경을 테스트하고 있는 캐롤 그릭 씨의 모습 / SWNS
핵심은 안경에 내장된 AI '위스피(Wispy)'다. 위스피는 부드러운 질문을 통해 사용자의 고유한 생활 방식을 이해하고 학습하며,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각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스스로 적응한다.
사용자 눈 앞에 텍스트나 도형 기호 등을 띄워 작업 중 힌트와 피드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특정 절차의 순서가 기억나지 않을 때는 음성으로 다음 단계를 안내해주기도 한다.
개발팀은 10년 넘는 시간을 들여 옷 입기, 집안일, 차 끓이기, 가족과의 소통 등 수십 가지 일상 활동을 AI에 학습시켰다.
무게 75g 미만의 이 안경은 1시간짜리 내장 배터리와 하루 종일 사용 가능한 휴대용 보조 배터리를 함께 제공한다. 사용자의 시력 교정 렌즈와 보청기와도 연동된다.
CrossSense AI 안경 렌즈에 경고 메시지가 표시된 모습 / SWNS
가정에서 진행된 시험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참가자 4명 중 3명이 안경을 착용한 뒤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답했다.
외부 심사위원단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난주 크로스센스는 알츠하이머 협회와 이노베이트 UK가 후원하는 '롱지튜드 치매상'에서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국제 전문가 심사위원단은 "치매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혁명적인 잠재력을 지닌 진정한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런던에 사는 캐롤 그릭(70)은 치매 환자 지원 단체 '포겟미낫(ForgetMeNots)'을 이끌고 있다. 스스로도 치매를 앓고 있는 그는 안경을 써본 뒤 "병이 진행될수록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데, 이런 기술은 진정한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잃어가는 인지 능력을 실질적으로 보완해줄 잠재력이 있다고 느꼈다"는 말도 덧붙였다.
CrossSense AI 안경을 착용한 사용자가 위스피 AI와 상호작용하면 화분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 SWNS
알츠하이머 협회 수석 연구 책임자 피오나 캐러거 교수도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필요한 것을 예측하고 일상의 어려움을 완화해, 치매 환자가 익숙한 집에서 더 오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크로스센스는 2027년 초 영국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요양 시설, NHS 병원 기억력 클리닉 등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