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5일(수)

습지에 '이 동물' 나타났더니... 연간 탄소 133톤 빨아들이는 '지구 청소기' 됐다

한때 사냥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몰렸던 비버가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버가 만드는 습지가 상당한 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버밍엄 대학교 루카스 홀버그 박사 연구팀은 미국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비버의 생태적 활동이 탄소 저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스위스 북부 0.8km 구간의 비버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이 지역 습지는 연간 약 98~133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순 흡수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석유 832~1129배럴 소비 시 발생하는 탄소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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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는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별명답게 하천에 댐을 건설해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습지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숲의 일부가 개방되어 햇빛이 유입되면서 소형 식물과 조류(algae)가 증식하게 된다. 퇴적물과 사체 등에는 탄소가 안정적으로 축적된다.


연구팀은 스위스 내 비버 서식 가능한 전체 홍수 구역에 이 결과를 적용하면, 스위스 연간 탄소 배출량의 약 1.2~1.8%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습지는 탄소 저장 기능과 함께 메탄 등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기후 대응 방안으로서 의문시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비버 습지가 장기적이고 지속성 있는 탄소 저장소임을 수치로 입증했다. 특히 비버를 이용한 생태 복원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인프라 건설이 필요하지 않아 경제적 효율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에밀리 페어팩스 교수는 이번 연구가 비버 개체수 복원을 단순한 동물 보호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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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팩스 교수는 "비버 습지는 산불 확산을 차단해 대량의 탄소 방출을 사전에 막는 효과도 있다"며 "비버 개체수가 증가한다면 그로 인한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홀버그 박사는 "비버가 기후 변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연구는 이 '자연적인 엔지니어'들이 강변 생태계가 향후 수십 년간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데 조용히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