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4일(토)

"대리운전 앱 삭제하라"... 경찰 음주운전 황당 지침 논란

분당경찰서가 음주운전 예방을 위해 대리운전 앱 삭제를 포함한 감찰 계획을 수립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13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분당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실은 지난 11일 '음주운전·숙취운전 근절 및 예방을 위한 경찰서 내 대리운전 출입 관련 특별 감찰활동 계획'을 작성했다. 


인사 발령 이후 잦아진 회식으로 인한 음주 비위를 우려해 서내 대리운전 출입 실태와 주취상태 출입을 점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origin_스쿨존음주운전특별단속.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감사실은 계획서에서 서장의 지휘 철학인 '양습창운(良習創運)'을 언급하며 "좋은 습관이 좋은 운명을 창조한다는 관점에서 주취 상태에서 대리운전으로 귀가하는 습관은 향후 음주운전을 유발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귀가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감사실은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라며 "음주운전에 취약한 선택인 대리운전 앱 삭제와 근절에 도움이 되는 선택인 택시 앱 설치, 버스 번호 암기 등을 고려해 선택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감사실은 지난 12일 이 계획을 서장에게 보고했으나, 서장은 "현실에 맞지 않는 계획"이라며 결재를 거부했다. 하지만 감사실은 결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형사과, 수사과 등 다른 부서와 지구대, 파출소에 미리 계획을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을 접한 경찰관들은 "개인의 휴대전화 앱까지 통제하려는 것은 지나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분당서의 감찰 계획 문서와 함께 "군대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는 비판 글이 게시됐다.


202603131030481112_0.jpg블라인드 커뮤니티 캡처


댓글란에는 "서장님 지휘철학이 북한 수준이냐", "탈경(경찰 탈출)하고 싶다. 이런 조직에 있는 내가 바보 같다", "내근직들은 앉아서 이런 것만 만들고 있나"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분당서는 블라인드에 해명 글을 올려 "내부 논의 과정에서 결재가 완료되지 않은 감찰 계획으로, 실제로는 시행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익명 커뮤니티 특성상 충분한 설명 없이 내용이 공유되면 오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분당서 감사실 관계자는 "봄철 접어들면서 사건사고 증가가 우려돼 예방 차원에서 감사실이 자체적으로 계획한 것"이라며 "서장이 '직원 개개인에게 맡겨야 할 일'이라며 반려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