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음악에 맞춰 울부짖을 때 실제로는 음높이를 조절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미국 터프츠대 인지심리학자 아니루드 파텔 교수 연구팀은 개들의 울음소리 분석을 통해 동물들이 집단 내에서 목소리 높낮이를 맞추는 능력이 학습보다 먼저 진화한 독립적 능력인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훈련 없이도 여럿이 노래할 때 음높이를 자연스럽게 맞추는 능력에 주목했다. 이러한 능력이 복잡한 언어 학습 능력보다 먼저 나타났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고대 견종들의 울음소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아니루드 파텔 / 커런트 바이올로지
파텔 교수는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를 통해 "늑대의 울음소리는 인간의 노래와 어느 정도 비슷하며, 둘 다 길게 지속하는 발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야생 늑대들은 하울링할 때 동료와 다른 음을 내려고 노력한다. 이로 인해 불협화음 같은 합창이 만들어지는데, 실제보다 무리가 큰 것처럼 들리게 해 잠재적 포식자의 위협을 막는 효과를 낸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늑대가 상대의 소리를 듣고 자신이 낼 음높이를 조절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야생 늑대 연구의 한계로 인해 연구팀은 늑대와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고대 품종 개들에 집중했다. 특정 음악이나 사이렌 소리에 울부짖는 것으로 알려진 고대 견종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개들의 반응을 녹화하도록 요청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실험은 개들에게 원래 음조의 노래를 들려준 후, 음높이를 올린 버전과 내린 버전 등 3가지 버전의 음악에 대한 반응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1초 이상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최소 30회 이상 담긴 영상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으며, 이 조건을 충족한 개는 사모예드 4마리와 시바견 2마리였다.
분석 결과 모든 사모예드들은 음악의 음높이 변화에 유의미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음높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음조에 맞춰 울음소리를 조절했다. 정확하게 음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조절하려는 노력이 관찰됐다.
파텔 교수는 "개들은 자신이 듣는 소리에 맞춰 울음소리를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단순히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본능적 울음소리와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바견 2마리는 음높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고대 견종 가운데서도 유전적 변이가 있어 울부짖는 성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니엘 오슈카르 가티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인간의 노래 능력 이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봤다. 일부 학자들은 노래가 언어에서 비롯된 정교한 발성 조정 능력, 즉 복잡한 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들이 특별한 발성 학습 없이도 음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언어가 노래하는 능력의 선행 조건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파텔 교수는 "우리가 노래할 때 다른 사람과 음높이를 맞추려는 욕구는 매우 오래된 진화적 뿌리를 지녔을 수 있으며, 단순히 복잡한 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의 부산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