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비상활주로를 방위산업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계획이 알려지며 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위기 상황 시 지휘부와 병력의 긴급 전개에 쓰여야 할 핵심 안보 시설을 장기간 행사장으로 내어주는 것이 과연 군 대비태세 측면에서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육군 관련 단체가 추진 중인 방산 전시회 '대한민국국제방위산업전(KADEX)'가 충남 계룡대에 위치한 군 비상활주로를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계룡대 비상활주로 위에 축구장 두 개가 넘는 약 1만 6,500㎡(약 5,000평) 규모의 초대형 천막 2동과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한 전시장 구조물이 세워질 예정이다.
전시 기간 자체는 닷새 남짓이지만, 천막 설치부터 철거, 아스팔트 시설 복구까지 고려하면 약 4개월 동안 활주로의 본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무거운 천막을 고정하기 위해 활주로 바닥에 구멍을 뚫는 천공 작업이 필수적인 데다, 각종 전기와 통신 설비까지 설치되어야 해 훼손에 대한 우려도 크다.
KADEX 2026 홈페이지 캐버
계룡대는 육·해·공군 본부가 모두 모여 있는 우리 군의 핵심 지휘 기지다. 이곳의 비상활주로는 전쟁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수송기와 헬기가 즉시 뜨고 내릴 수 있도록 항상 완벽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행정 재산이기도 하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행정자산의 민간 사용 허가는 '용도나 목적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군 당국은 해당 시설 주변에 "이 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초경량비행장치(드론 포함) 비행 금지 구역"이라는 경고문을 설치해 두고 있다.
KADEX 2024 당시 계룡대 비상활주로에 설치된 행사동 / KADEX 홈페이지 캡처
한 군 관계자는 "비상활주로는 평소 사용 빈도가 낮더라도 유사시 바로 사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시설"이라며 "행사 준비 때문에 장기간 사용이 제한된다면 군 대비태세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군 행사였던 지상군 페스티벌이 활주로 인접 공간에서 이동형 장비 중심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활주로 위에 고정식 대형 천막을 설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또 지상군 페스티벌을 주관한 곳은 공공기관(군)이지만, 방산전시회는 민간 단체 및 전시사업자라는 차이도 있다.
KADEX, 홈페이지에는 전시회 개최 장소를 계룡대로 밝히고 있다.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열리는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 구조물 및 프로그램 배치 안내도 / 지상군 페스티벌 홈페이지
다만 국방부 대변인실에 따르면 11일 현재까지 KADEX 측이 계룡대 비상활주로를 행사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공식 협조 요청이 접수되지 않았다.
최근 주한미국의 전략 자산 중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로 인해 안보 태세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시설을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K-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산업적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작전 시설 활용은 철저히 대비 태세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