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국토교통부의 예산 절감 목적으로 국제 기준을 무시하고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일 감사원은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국토부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규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항공기 착륙 유도 장비인 로컬라이저(LLZ)는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부서지도록 설치해야 하는 국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이러한 규정 검토 없이 무안공항에 높이 2.4m의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둔덕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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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규정을 위반한 배경에는 공사비 절약이 있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설치를 위해서는 흙을 채워 지대를 평평하게 만드는 공사가 필요하지만, 국토부는 활주로 건설 시 지면 경사를 그대로 두어 평탄화 작업 비용을 줄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활주로와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 간의 높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것이다.
문제는 무안공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김해·여수·사천·광주·포항·제주·김포 등 8개 공항에 규정을 위반하여 잘못 설치된 로컬라이저 14개가 있음을 알고도 문제없다며 승인했다.
한국공항공사는 2019~2024년 안전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무안 등 5개 공항의 7개 로컬라이저 구조물에 추가로 콘크리트 보강까지 실시했다.
참사 이후 국토부가 제시한 개선 방안도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 5개 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을 2025년까지 경량철골 구조로 교체하는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했으나, 감사원은 "경량철골 구조 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취약성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바람이나 태풍에 견디도록 기초 시설물을 견고하게 설치하다 보니 오히려 항공사고의 큰 위협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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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충돌 위험 관리 체계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공항은 12·29 참사에서 여객기와 충돌한 가창오리의 충돌 위험도를 '0'으로 평가해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감사원 분석 결과 가창오리와 큰기러기 등 27종이 항공기 충돌 가능성이 높은 조류로 확인됐다. 무안공항은 위험성 평가 시 공항 내부에서 포획되거나 충돌한 조류만 고려했을 뿐, 공항 외부의 철새나 대규모 새떼와의 충돌 가능성은 배제했다.
항공 관제 장비 도입 과정에서도 관리 소홀이 확인됐다. 부산지방항공청은 2022년 12월 무안·울진공항에 항공기 위치 탐지용 다변측정감시시스템(MLAT) 도입을 결정했다.
부산항공청은 시험 운영에서 해당 시스템의 성능 미달을 확인했음에도 담당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52억원 규모의 시스템이 그대로 도입됐다. 지난해 6월 기준 무안공항에서는 항공기 27대 중 16대(59%)의 위치 정보가 실제 위치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공항 설계부터 시공·운영까지 전 과정에서 30건의 위법 사항을 확인해 국토부에 통보했다. 또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사용허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 3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수용하며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