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20)에 대한 신상 공개를 둘러싸고 흉악범 신상 공개 기준의 일관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소영은 경찰 단계에서 신상이 비공개됐다가 검찰이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한 강력범 중 일곱 번째 사례다.
2023년 연인과 그의 모친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김레아(28), 지난해 울산 스토킹 살인미수범 장형준(34) 등도 검찰 송치 전까지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김소영 / 서울북부지검
경찰은 이번 사건이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신상 공개를 보류했다.
김소영이 살인 고의성을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점도 고려 요소였다.
유족들은 "피해자의 죽음만 보도되고 가해자 얼굴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혀야 하느냐"며 경찰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남성 흉악범들과의 비교를 통해 젠더 갈등 양상까지 나타났다.
김소영의 추가 범행 시도 정황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확산된 점이 검찰의 전격적인 신상 공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 / 뉴스1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여러 요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 공개 구성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소영의 SNS 계정이 이미 유포돼 개인정보가 '박제'된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뒷북' 공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9일 김소영이 검거된 후 신상 공개까지 한 달이 소요됐다.
유족 측 대리인인 남언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빈센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신상이 공개된 것은 유족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 진상이 많아 신상 공개가 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행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범행 수단의 잔인성,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등 공공이익을 고려해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서울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 / 뉴스1
각 지방경찰청과 지방검찰청은 변호사와 교수 등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다.
심의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범죄자 신상이 공개된다.
기준이 모호해 위원들의 가치관이나 여론 동향에 따라 공개 여부가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의 범인 백 모(39)씨는 유족 측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검찰·법원 단계에서 모두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우석대 배상훈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률이 추상적이어서 검찰이나 경찰이 여론만 보고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렸는지 알 수 있도록 심의위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신상 공개 확대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말초적 호기심만 채우는 '범죄 상업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인들의 사회적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고려대 차진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자 신상 공개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무죄 추정 원칙과 피의자의 자기결정권·인격권 침해 등과 비교해 크다고 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신상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