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학교폭력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과거 주먹다짐과 신체적 괴롭힘이 주를 이뤘던 학교폭력이 이제는 SNS와 메신저를 활용한 정교한 심리적 괴롭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6년 1만2805명에서 지난해 2만4112명으로 10년간 88.3% 급증했다. 하지만 더 주목할 점은 범죄 유형의 극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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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폭행·상해 사건의 비중은 2016년 73.4%에서 지난해 48.1%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같은 기간 2.4%에서 12.9%로 5배 이상 증가했고, 딥페이크 등 신기술을 악용한 성폭력 사건도 10.7%에서 18.8%로 거의 두 배 늘었다.
특히 가해자 연령의 하향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스마트폰 보급 연령이 낮아지면서 초등학생 검거 비중은 10년 사이 2.8%에서 10.5%로 급상승했다. 중학생 가해자 비중도 27.4%에서 37%로 증가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2026년 치안전망 보고서에서 "학교폭력의 디지털 전환 및 지능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직접적 신체폭력에서 교묘한 심리적·사이버 폭력으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종 학교폭력의 대표적 사례가 'DM 감옥'이다. 가해자들이 익명 계정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욕설과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메시지를 차단해도 새로운 계정으로 계속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인스타 저격'도 빠르게 번지고 있는 괴롭힘 수법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 가짜 계정을 만든 후 음란물을 게시하거나, 24시간 후 자동 삭제되는 스토리 기능과 익명 소통 앱을 악용해 특정 학생을 집중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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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변호사는 "증거가 남지 않고 교묘하게 괴롭힐 수 있는 비물리적·정서적 폭력으로 학교폭력 양상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서적 괴롭힘이 중심이 되면서 사소한 갈등까지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늘어났다. 실제로 경찰의 학교폭력 사건 중 불송치·불입건 비율은 2016년 12.3%에서 지난해 48.1%로 크게 증가했다.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 정착으로 신고 건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1인당 담당 학교 수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윤호 변호사는 "익명을 활용한 폭력은 학교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SPO를 초기부터 투입해 가해자를 조기 특정해야 하고, 학생들에게는 사이버 폭력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직 경찰을 모든 학교에 배치하기에는 인력상 한계가 있어 일본처럼 퇴직 경찰관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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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지원자가 합격 후 입학이 취소되거나 감점으로 탈락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02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학교폭력 4호 처분(사회봉사)을 받은 수험생을 합격시켰다가 논란이 일자 결국 입학을 불허했다.
대학들의 학교폭력 기록 반영도 강화되고 있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 경북대는 수시 19명, 정시 3명에게 학교폭력 기록 감점을 적용해 모두 탈락시켰다. 부산대(수시 6명·정시 2명), 강원대(수시 5명), 전북대(수시 4명·정시 1명), 경상대(수시 3명), 서울대(정시 2명)에서도 학교폭력 기록으로 감점받고 탈락한 사례가 확인됐다.
학교폭력 징계는 경중에 따라 1호(서면 사과)부터 9호(퇴학)까지 구분되며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4호(사회봉사)와 5호(특별교육·심리치료)는 졸업 후 2년간, 6~8호(출석 정지·학급 교체·전학)는 4년간 기록이 보존된다. 가장 무거운 9호(퇴학) 처분은 영구 보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