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복합적인 압박에 놓였습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자진 상장폐지'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이사회와 정면 대치를 예고한 가운데, 울산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직원이 숨졌습니다. 오너 사법 리스크도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주주가치 제고, 안전관리, 지배구조 개선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지난달(2월) 12일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고, 3월 주총에 '소수주주 지분 전량 매입을 통한 자진 상장폐지' 안건을 포함한 7개 주주제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러스톤은 소수주주가 보유한 유통주식을 회사가 전량 매입해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추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상장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소수주주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시장을 떠나는 게 낫다는 논리입니다.
이 같은 강경 요구의 배경에는 '극단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있습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PBR이 0.2배 수준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최근 10년 평균 배당성향도 1%대에 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수주주에게 돌아가는 연간 배당 총액이 4억원 안팎이라는 추산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 배분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뉴스1
부동산과 자사주 문제도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트러스톤은 성수동, 장충동, 부산 구서동 등 부동산 자산을 약 4조원 규모로 추정하며 활용 방안을 촉구했고, 임대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동시에 발행주식의 약 24.4%에 달하는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해 온 점도 비판했습니다.
시장의 기억을 자극하는 대목은 자사주 처리 방식입니다. 태광산업은 과거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했다가 주주 반발 속에 철회한 바 있습니다. 상법 3차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자사주 소각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자사주를 어떤 원칙으로 처리할지를 놓고 관심이 뜨겁습니다. 주총 국면에서, 회사의 자본배분 원칙과 이사회 판단의 정당성이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여기에 안전 이슈가 겹치면서 압박은 더 날카로워졌습니다. 2월 6일 울산 남구 선암동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클로로폼)이 누출돼, 경보 확인을 위해 현장에 간 30대 직원이 흡입 후 숨졌습니다. 경찰과 관계기관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입니다. 기업가치를 둘러싼 논쟁에 현장 안전 이슈가 겹친 것입니다.
오너 리스크 역시 회사와 무관하다고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2025년 5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습니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계열사 비용 대납, 법인카드 사용 등이 쟁점으로 거론됐습니다. 행동주의 측이 "상장 지위를 상속세 절감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갈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 앞에서 설명해야 할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태광산업이 피해가기 어려운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정도 자산과 자사주를 보유하고도 왜 주주가치가 이렇게 낮아졌는가", 그리고 "왜 이러한 구조가 고착됐는가".
태광산업 / 뉴스1
단순한 배당 상향만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사주 처리 원칙, 유휴 자산 활용 계획, 이사회 독립성, 현장 안전 시스템까지 주주가 한꺼번에 묻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