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영화 속 배경지인 강원도 영월로 몰려드는 관광객들과 함께 단종과 정순왕후의 570년 만의 합장을 요청하는 청원까지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폐위된 단종이 강원도 영월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마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생활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비운의 왕 단종의 마지막 시간을 애절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습니다.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촬영지인 영월군 청령포를 찾는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월군에 따르면 지난 3·1절 연휴 기간 청령포 주변에서 교통체증이 발생했으며, 입장권 구매와 선박 탑승을 위한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영월군은 관광객들의 안전과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실시간 현황을 SNS를 통해 안내했습니다.
영월읍 영흥리에 있는 단종의 장릉(莊陵) 능침 전경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이런 가운데 국가유산청에는 단종과 정순왕후를 570년 만에 합장해달라는 기업가의 청원이 접수되어 현재 궁능유적본부로 이관된 상태입니다.
궁능유적본부 자료를 보면, 단종의 능인 장릉(莊陵, 사적 제196호)은 영월읍 영흥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른 조선 왕릉들과 달리 유일하게 강원도에 조성되어 있는데, 이는 후환을 우려해 모든 이들이 외면하던 단종의 시신을 영월 호장 엄흥도가 몰래 수습하여 현지에 몰래 묻었기 때문입니다.
단종의 왕비였던 정순왕후의 능인 사릉(思陵)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습니다. 단종을 축출하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광릉과 동일한 지역에 위치하며, 단종의 장릉과는 직선거리로 약 120km, 도로 거리로는 165km 떨어져 있습니다.
정순왕후는 15세에 왕비가 된 후 18세에 단종과 생이별하고 평생을 홀로 지내며 남편을 그리워한 비운의 왕비였습니다. 단종이 유배를 떠나면서 정순왕후 역시 군부인으로 신분이 격하되어 성문 밖에서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정순왕후는 단종이 먼 곳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봉우리에 올라 영월 방향을 바라보며 통곡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단종을 그리워하며 보낸 여생을 기리기 위해 '생각할 사(思)'자를 사용하여 사릉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정순황후의 사릉(思陵) 능침 전경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합장 청원을 제출한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이사는 "두 분은 165km라는 멀고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570년째 서로를 그리워하고 계실 것"이라며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정순왕후의 사릉이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철천지 원수 세조의 '광릉'과 불과 16km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청원서에 밝혔습니다.
성 대표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는 인연, 이제 장릉의 빈 곁자리에 정순왕후를 모셔 죽어서도 만나지 못한 두 분의 영혼이 비로소 안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문화유산을 변경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단종 사후 240년이 지나 숙종이 단종 복위를 위해 노력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합장이 어렵다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이 기회에 유골 중 일부만이라도, 그것도 안 된다면 흙이라도 옮겨와 합장시켜 드리길 간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성 대표는 꾸준히 선행 사업에 참여해온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산업용 엣지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 전문기업 여의시스템은 지난달 아프리카 식수 지원 사업에 1200만 원을 기부했으며, 누적 기부금은 1억 3800만 원에 달합니다.
한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전국 누적 관객 수는 3일 기준 921만명을 기록했으며, 이번 주 안에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1절 하루에만 81만700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