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직장인 절반이 한국 사회를 여성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직장 내 성범죄 발생 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1일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성범죄 보호 정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2%가 한국 사회가 여성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 응답자의 60%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39.1%에 그쳐 20.9%포인트의 성별 격차를 보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스토킹 등 성범죄로부터 회사가 보호해 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1.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정부의 보호 역할에 대해서도 53.9%가 "보호해 주지 못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두 항목 모두에서 여성의 부정 응답률이 남성보다 약 20%포인트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결과가 직장 내 성범죄 대응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낸다고 분석했습니다. 성별 권력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뿌리박힌 상황에서 관련 법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처리 실적도 미흡한 수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기소의견 송치 비율이 2023년 0.3%, 2024년 0.3%, 2025년 0.2%로 극히 낮았습니다. 과태료 부과율도 2023년 5.1%에서 2024년 3.9%, 2025년 3.1%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소연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문제를 제기해도 변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피해자들이 신고를 망설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법에서 정한 기준대로 엄격한 제재가 이뤄져야 제도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보호 대상과 제재 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공공 부문부터 젠더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