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3차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장사 자사주 운용 원칙이 구조적 전환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자사주를 취득한 뒤 1년 내 소각하는 것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보유하려는 경우에도 사유와 기간, 처분 계획을 명시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자사주를 둘러싼 법적 전제가 달라진 것입니다.
그동안 자사주는 주가 안정, M&A 대비, 지배력 관리 등 재무 전략을 뒷받침하는 유연한 수단이었습니다. 매입과 소각 시점 역시 경영 판단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자사주는 '선택적 자산'을 넘어 '설명 책임이 전제된 자본'으로 다시 정의됐습니다. 자사주가 '금고 속 비상금'에서 '주주들의 실시간 감시 대상'으로 성격이 완전히 바뀐 셈입니다.
매년 주총 승인 구조... 경영 판단에서 주주 합의 영역으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보유 계획의 '정례적 승인' 구조입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예외적으로 보유하려면 매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계획을 승인받고 이를 갱신해야 합니다.
기업의 자사주 운용이 이제 이사회 재량이 아닌, 주주들이 합의해야 하는 성격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업은 이제 '왜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논리를 매년 주주 앞에서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계획을 위반하거나 승인 없이 보유할 경우 상장사 이사 개인에게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실무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자사주 보유 계획은 더 이상 내부 전략에 머물지 않고, 사실상 주주와의 '공적 약속'에 가까운 성격을 띠게 됐다는 평가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자사주 기반 재무 전략의 재편
이번에 통과된 상법개정안은 자사주를 활용해온 기존 재무 공식에도 제약을 가합니다. 개정안에는 자기주식을 교환 또는 상환 대상으로 하는 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과 합병이나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을 차단하는 내용이 함께 명문화돼 있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한 저비용 자금 조달이나 지배구조 조정 설계가 이전처럼 용이하지 않게 됐습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현금 유출을 줄이던 전략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실제 현금 투입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기업의 실질적 자본 동원 능력이 시장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평가받는 환경으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지주회사 체제 기업들, 대응 전략이 곧 기업가치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회사 체제 기업들은 보다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법 시행 전 취득한 기존 자사주에 대해서도 시행 6개월 유예 후 1년 내 소각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즉 1년 6개월 내에 소각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자사주가 지배구조 안정성과 맞물려 있는 경우, 이번 변화는 단순한 회계 이슈를 넘어 경영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DL그룹 역시 이번 제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자사주 운용에 대한 원칙과 주주들과의 소통 방향을 18개월이라는 시간표 안에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DL이앤씨와 DL홀딩스가 보유한 자사주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에는 재무 전략의 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앞으로는 보유 배경과 향후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의 관심 역시 단순한 규모보다는,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설득할 것인지에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DL이앤씨 마곡 원그로브 사옥 / 사진제공=DL이앤씨
다만 이를 일방적인 부담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자사주 운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주주 가치 제고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면, 그간 지적돼 온 지배구조 할인 요인을 완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자사주가 전략적 선택지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대응 방식 자체가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