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6일(목)

"사법제도 근본 흔들 것"... 전국 법원장들, '사법개혁 3법' 강행에 우려

전국 법원장들이 앞서 25일 국회 본회의에 수정안이 상정된 '법 왜곡죄 도입법(형법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범죄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라며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습니다.


지난 25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오후 6시 45분께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가 종료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법원 청사에서 진행됐습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2.25/뉴스1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2.25/뉴스1


대법에 따르면, 법원장들은 회의를 통해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음에도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깊이 인식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사법개혁 3법에 대해서는 "사법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장들은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편은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여러 기관과 전문가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통해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법원장들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검사·판사 등을 처벌하도록 하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왜곡죄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8차 본회의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법왜곡죄' 형법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6.2.25/뉴스1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8차 본회의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법왜곡죄' 형법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6.2.25/뉴스1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장회의가 진행되던 오후 4시 40분쯤 형법 개정안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습니다.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원안은 처벌 대상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수정안을 통해 일부 보완이 이뤄졌습니다.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1호)',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3호)'가 주로 지적됐습니다.


수정안에서는 1호 조항을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아니해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구체화했습니다. 


3호 조항도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수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장들은 "처벌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신속한 재판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법사위 원안과 민주당 수정안 모두 법 왜곡죄를 범한 판·검사를 10년 이하의 징역 및 같은 기간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확정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여기는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판결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두고는 대법의 '소송 지옥', '재판 지연' 우려에 공감했습니다.


법원장들은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송 당사자들은 반복되는 재판으로 고통받고,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법원, 헌재, 국회, 정부 등 관계기관과 이해 관계인이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법원장들은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상고심 제도 개편과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단기간 내 다수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사실심(1·2심 등) 부실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장들은 "현 상황에서 가능한 범위인 4인 증원을 추진하고, 사실심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지 살펴서 추가 증원을 지속적으로 논의함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습니다. 


origin_전국법원장회의.jpg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2.25/뉴스1


여당이 추진 중인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법 시행(공포) 이후 2년이 지난 날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증원하는 방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