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5일(수)

국회 찾은 간호조무사... "간호·간병하다가 내가 환자 될 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간호조무사들의 업무 부담과 처우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지난 23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국민의힘 '정책과 미래'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10년, 간호조무사가 바라본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간호조무사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습니다.


사창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정책국장이 발표한 '병동 간호조무사 근무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병동 간호조무사들의 업무 과부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응답자의 90.2%가 이송 및 환경 정리 등 병동지원인력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으며, 70.7%는 간호사 업무 영역까지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538730_185307_5244.jpg대한간호조무사협회


특히 야간 근무 시스템의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간호조무사 1인이 병동 전체를 혼자 담당한다는 응답이 61.0%에 달했고, 야간 지원인력이 전혀 없는 병동도 41.5%나 됐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됐습니다.


보상 체계의 불공정성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응답자의 41.8%가 연봉 3000만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정부의 성과평가 인센티브에서도 간호조무사만 배제되는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로 인해 숙련 인력의 33.4%가 1년 이내 이직을 계획하고 있어 인력 유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현재의 서비스가 간호와 간병 중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며 "환자 중증도뿐 아니라 간호 필요도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인력 배치가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통합병동은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12명 수준으로, 중증환자 전담실은 1명당 환자 8명 수준으로 배치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정훈 의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사람의 손길로 유지되며 그 핵심이 바로 간호조무사"라며 "10년 동안 헌신해 온 여러분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탄탄히 다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지아 의원은 "제도의 핵심 주체인 간호조무사들의 과중한 업무에 비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향한 의지의 출발점이 되도록 현장과 끝까지 함께하며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d.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조지연 의원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간호조무사의 인력 부족과 처우 개선 없이는 의료공백과 간병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력 배치 기준 개선, 업무 범위의 현실화, 보상 체계 마련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엄연한 간호인력임에도 '잡무 담당자' 취급을 받는 현실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식사조차 제때 못 하는 열악한 환경과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간호조무사가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현장 간호조무사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부산의 한 통합병동 근무 간호조무사는 "휴게 시간과 식사 시간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장에서는 온갖 잡무와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직무 범위 명확화와 근로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현장은 가변적이라 병원마다 환자의 중증도와 특성에 맞는 유연한 인력 배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7r9wjy9698v5lioi2p6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정은숙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수석부회장은 "통합병동 및 재활병동의 간호조무사 인력 기준 개선과 실효성 있는 보상 인센티브 제공으로 간호조무사 인력 확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과장은 "서비스 운영 인프라와 인력 배치 기준이 현황에 맞춰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정비하고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