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어느덧 따뜻한 봄이 찾아왔지만 몸도 마음도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이 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잎을 밟으며 산책할 여유 조차도 사치인 '헬조선'을 살아가는 '취준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취준생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암담하다. 대학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빚에 허덕이거나 백수 신세에 가족들의 눈치를 보느라 안절부절 못하며 전전긍긍한다.
매일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수많은 취준생 중 이력서만 100번 넘게 쓴 김우현(가명)씨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3일 전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13일 새벽 로또정보 전문업체 로또리치에는 한 장의 로또 용지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에는 나눔로또에서 발표한 당첨번호인 '1, 6, 11, 28, 34, 42' 6개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로또 1등 당첨용지 사진을 공개한 주인공은 20대 청년 김우현(가명)씨로 사진과 함께 장문의 당첨 후기를 남겼다.
그는 후기에서 "내가 로또 1등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진짜 당첨되니 그저 신기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학 졸업 후 이력서만 100건 넘게 써냈지만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며 답답한 마음에 로또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via 로또리치또한 "아직 학자금 대출도 다 갚지 못한 상태여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6개월 전부터 매주 로또를 사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1등에 당첨됐다. 더구나 1등 당첨자들 중에서 내가 유일한 수동 당첨자였고 당첨금이 무려 16억원이었다"며 기뻐했다.
취업 준비 중 예상치 못한 큰 돈을 손에 쥐게 된 김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구직 활동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며 "당첨금을 받고 나서도 이전처럼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내고 면접도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첨금 또한 모두 어머니께 드릴 것이라며 당첨금 사용 계획도 전했다.
그는 "사실 로또를 구매한 사람은 엄마다. 취업 준비로 바쁜 탓에 로또를 사지 못하게 돼 엄마에게 번호를 드리고 대신 구매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번호가 로또 1등 번호인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나 대신 엄마가 사셨으니 엄밀히 따져보면 당첨금은 엄마 돈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로또 1등 당첨사실을 알게 된 순간 바로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고 당첨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사치 부리며 노는 모습은 결코 부모님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꼭 원하는 회사에 입사해 성실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로또 당첨 후에도 취업을 통해 성실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청년의 사연은 해당사이트(lottorich)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곽한나 기자 hanna@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