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0일(화)

젠슨 황이 받자마자 뜯어 먹어... 최태원 회장이 선택한 가장 SK다운 선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이른바 '치맥 회동' 이후 건넨 선물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선물의 정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칩 모양을 본떠 만든 과자 'HBM 칩스'입니다.


해당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출시한 허니바나나맛 스낵으로, 반도체를 일반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색 프로젝트입니다.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산업 특성상 소비자와 접점이 적었던 반도체 기업이 먼저 협업을 제안해 탄생한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의 한 한국식 호프집에서 열린 만남에서 최 회장은 젠슨 황 CEO에게 이 과자와 함께 SK하이닉스의 성장사를 담은 책 '슈퍼 모멘텀'을 전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황 CEO가 방한 당시 개인용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와 위스키를 선물한 데 대한 답례 성격으로 전해집니다. 황 CEO는 선물을 받자마자 과자를 직접 개봉해 맛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태원(사진 왼쪽)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SK그룹]사진제공=SK그룹


HBM 칩스는 출시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출시 9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완판됐고, 추가 물량 역시 수주 만에 모두 소진됐습니다. 출시 두 달 만인 올해 1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35만개를 넘어섰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2천원짜리 반도체가 품절됐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제품명은 'Honey Banana Mat Chips'의 약자를 따 HBM이 되도록 설계됐으며, 동시에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과 반도체 칩을 연상시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실제 고객사 미팅 자리에서 해당 제품을 아이스브레이킹 용도로 활용하는 등 기업과 기술을 설명하는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 제품은 홍보 목적의 한정 프로젝트로, 실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생산과 유통은 세븐일레븐이 담당하며 판매 매출 역시 SK하이닉스에 연결되지 않습니다. 회사 측은 과자 사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세븐일레븐의 협업으로 탄생한 HBM 칩스.[SK하이닉스]사진제공=SK하이닉스


이 같은 시도는 최근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팬덤 마케팅'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술 중심 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적 접근이라는 분석입니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소비자와 거리가 먼 대표적인 B2B 분야로 인식돼 왔습니다. 그러나 AI 확산으로 반도체가 산업의 영역을 넘어 일상과 맞닿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기술을 전달하는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 역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첨단 산업을 보다 친숙하게 풀어내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읽힙니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을 상대로 한 공식적인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최 회장이 자사 기술을 상징하는 요소를 위트 있게 활용한 점은, 기술력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SK하이닉스가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출시한 허니바나나맛 HBM칩. 세븐일레븐 제공사진제공=세븐일레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기술의 사회적 공감대'와 맞닿아 있는 행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어려운 기술을 대중의 언어로 설명하고, 산업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 기술 기업일수록 대중과의 접점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사례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기술 기업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보다 친근하게 재구성하려는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