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이후 이혼 상담과 신청이 증가하는 현상이 통계로도 확인되면서, 가족 중심 문화가 부부 관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9만 건 초반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설 연휴가 포함된 1~3월 기간의 이혼 비중이 다른 시기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1월은 전체의 약 8%대 후반을 차지해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명절 이후 갈등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일정 부분 존재한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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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설문조사에서도 명절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가족 방문 문제가 지목됐습니다. 부부상담 교육기관 듀오라이프컨설팅이 전국 기혼 여성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1%는 "시댁 방문이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답했습니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돌싱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돌싱 여성은 명절 기간 최대 스트레스 요인으로 '시가 가족과의 만남'(29.3%)을 꼽았고, 돌싱 남성은 '아내와의 일정 조율'(30.5%)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재혼한 기혼자 516명(남녀 각 258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는 성별에 따른 스트레스 요인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전혼 때 설 등 명절이 되면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서 남성의 26.4%는 '아내 눈치 보기'를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어 '아내와 일정 조율'(24.3%), '경제적 부담'(21.3%)이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시가 가족의 곱지 않은 시선'을 28.3%로 가장 많이 꼽았으며, '차례 음식 준비'(25.2%), '남편과 일정 조율'(20.9%)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명절 노동 부담뿐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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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가 가장 컸던 혼인 상태를 묻는 질문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돌싱' 시기(31.0%)를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으며, 초혼(28.7%), 재혼(26.0%), 미혼(14.3%)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성은 '초혼' 시기(35.3%)를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고, 재혼(27.1%), 미혼(19.8%), 돌싱(17.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리-유 관계자는 "명절에는 가족 중심 문화가 강조되는데, 돌싱 남성은 가정에서 이탈했다는 상실감과 자녀와의 교류 문제 등으로 공허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성은 차례 준비 등 신체적 부담도 크지만, 시가의 차가운 시선에서 더 큰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에나래 관계자는 "남성은 시가에서 마지못해 차례를 준비하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명절 갈등이 단순한 일시적 스트레스를 넘어 관계의 누적된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사전 조율과 역할 분담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