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12일(목)

연애도 공부처럼 효율적으로... 美 명문 스탠퍼드생만 가입할 수 있는 '데이트 앱'의 정체

매주 화요일 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학생 5천여 명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특별한 이메일을 기다립니다. 알고리즘이 선택한 새로운 데이트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일제히 '투하(drop)'되는 매칭 결과는 기숙사 전체의 화제가 됩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스탠퍼드데일리 등 외신에 따르면, 스탠퍼드대에서 시작된 학생 매칭 서비스 '데이트 드롭(Date Drop)'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제2의 페이스북'으로 거듭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데이트 드롭은 한 학기 만에 스탠퍼드대 학부생 7천500여 명 중 67%에 해당하는 5천 명 이상이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2026-02-11 16 54 4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컴퓨터공학 대학원생 헨리 웡이 3주 만에 개발한 이 플랫폼은 틴더 같은 '무한 스크롤' 방식의 데이팅 앱에 피로감을 느낀 학생들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했습니다.


데이트 드롭 가입자들은 "나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동의한다", "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 등 가치관, 생활방식, 정치적 견해를 묻는 66개 질문에 응답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이를 분석해 매주 취향과 가치관이 맞는 상대를 추천합니다.


가벼운 만남보다는 진지하고 효율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명문대 학생들의 성향을 겨냥한 전략입니다. 친구가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큐피드' 기능과 관심 있는 상대를 몰래 등록하는 기능도 제공됩니다.


데이트 드롭의 성장 과정은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재학 중 개발한 페이스북과 놀라운 유사점을 보입니다. 재학생이 직접 개발했고, 학교 이메일 인증을 통해 엘리트 대학 커뮤니티를 타겟으로 했으며, 캠퍼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빠른 사용자 확보에 성공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서비스 출시 후 반년도 되지 않아 컬럼비아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10개 대학으로 확산됐고, 21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의 벤처 투자까지 유치한 것도 초기 페이스북의 행보와 유사합니다.


Screenshot-2025-10-09-162139.jpg데이트 드롭


하지만 두 서비스 간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페이스북이 직접적인 친구 신청 등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관계 형성을 지향했다면, 데이트 드롭은 알고리즘의 '점지'를 기다리는 수동적 특성이 강합니다.


또한 '외모 평가' 논란으로 시작된 페이스북과 달리, 데이트 드롭은 가치관 중심의 건전한 관계 형성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웡은 자신의 링크드인을 통해 "스탠퍼드대 싱글의 96%가 장기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서비스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학생들은 데이트 드롭을 '스탠퍼드적인 문제에 대한 매우 스탠퍼드적인 해결책'이라고 평가합니다. 


스탠퍼드대 2학년 앨러나 장은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성공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사회적 교류를 뒷전으로 미뤄놓는다"며 "연애는커녕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게 스탠퍼드대생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GettyImages-2207387622.jpg스탠퍼드대학교 / GettyimagesKorea


학업과 성공을 위해 미뤄둔 사회적 관계를 데이트 드롭을 통해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사랑의 게임화' 현상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다른 데이팅 서비스인 '매리지팩트(Marriage Pact)' 또한 2017년 스탠퍼드에서 개발된 바 있습니다. 최근 매리지팩트 측은 데이트 드롭이 자신들의 서비스와 유사하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스탠퍼드표' 서비스 간 법정 공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