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9일(목)

실기 시험곡 미리 알려준 국립대 음대 교수들, '집행유예'...이유는?

경북대 음악학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실기심사 내용을 미리 알려준 전직 교수 2명이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모(57)씨와 조모(47)씨 전 경북대 교수에 대해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씨와 조씨는 2022년 6월 경북대 음악학과 피아노 전공 교수 채용에서 미리 점찍어둔 지원자 A씨가 유리하게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공개수업 연주곡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를 받았습니다.


해당 채용의 3단계 실기심사는 지원자가 피아노곡 3곡 이상을 직접 연주하는 '공개연주'와 학생의 연주를 듣고 즉석 교습 및 학과 발전방안을 발표하는 '공개수업'으로 진행됐습니다.


음악학과 내 유일한 피아노 전공 교수였던 김씨는 '쇼팽 환상곡 Op.49' 등을 공개수업 연주곡으로 직접 지정한 후 관현악 전공인 조씨에게 이를 알렸고, 조씨는 다시 A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A씨는 최종 면접심사 대상자로 선정됐으며, 2022년 9월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국립대 교수로서 청렴성과 도덕성을 지녀야 함에도 지위와 신분을 망각한 채 범행을 저질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수사기관에서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고 있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들은 공개수업 연주곡명이 유명한 곡이어서 유출돼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A씨가 직접 연주곡명을 듣고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악보를 내려받았다고 진술한 만큼 이미 다른 후보자들보다 상당히 유리한 시작점에서 실기시험을 봤다고 볼 수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심에서 김씨는 '공개수업의 연주곡명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공개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고, 누설될 경우 그 공정성을 위협받을 수 있는 사항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원심의 형이 확정될 경우 교수의 지위를 잃게 된다"면서도 "피고인들의 행위로 국립대 교수 공개채용의 공정성이 훼손됐고, 다른 지원자들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정당한 심사를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며 "책임을 엄히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인들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한편, 형이 확정되면서 피고인들은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에 따라 당연 퇴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