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0일(금)

"수천만원 내고 성희롱까지"... K팝 아이돌 꿈꾼 외국인 연습생, 피해 폭로

K팝 아이돌의 꿈을 품고 한국을 찾은 일본인 10대 소녀가 트레이닝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BBC 뉴스가 공개한 보도에 따르면, 미유(가명)라는 일본 10대 소녀는 2024년 K팝 아이돌이 되겠다는 목표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미유는 한 K팝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6개월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300만엔(약 2천700만원)을 지불했으며, 전문적인 춤과 보컬 교습, 주요 기획사 오디션 기회를 제공받기로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미유가 경험한 현실은 계약 내용과 크게 달랐습니다. 미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주 오디션이 있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비용에 비해 춤과 보컬 훈련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 상급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이었습니다. 미유는 프로그램 시작 3개월 후 해당 직원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나를 혼자 편의점으로 데려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유는 "내가 고르는 동안 그는 내 허리에 손을 얹고 '몸매가 좋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미유는 사진 촬영 의상 논의를 위해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해당 직원이 "의상 얘기를 하자며 (자기) 무릎에 앉으라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유는 "나는 대신 (의자) 팔걸이에 앉았고, 그날 이후 남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연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같은 회사의 또 다른 외국인 연습생 엘린(가명) 역시 동일한 직원으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엘린은 이 직원이 자신을 회의실로 불러 한국어로 '엉덩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준다며 자기 허리를 만졌다고 밝혔습니다. 엘린은 "너무 무서워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빨리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했습니다.


엘린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직원은 전등을 고친다는 핑계로 새벽 2, 3시에 기숙사 방에 들어오기도 했으며, 한 번은 자고 있을 때 방에 들어와 가만히 지켜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엘린은 "너무 무서워서 그 후로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연습생은 기숙사 전체에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녹화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고 공통으로 증언했습니다.


엘린은 결국 경찰에 이 직원을 성추행 및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이 종결됐습니다. 엘린은 회사 역시 별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해당 직원과 회사 측은 미유와 엘린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회사의 법적 대리인은 BBC에 "내부 규정에 따라 여성 직원 동반 없이 여성 연습생 기숙사에 출입하는 걸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CCTV 설치는 사전에 공지됐으며 전적으로 연습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K팝 훈련 업체는 일반적으로 교육부의 규제를 받는 학원 또는 연예 기획사로 분류되는데, 미유와 엘린이 계약한 회사는 기획사로 등록돼 당국의 규제가 훨씬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연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업계 관계자는 BBC에 "이들의 훈련 프로그램은 규제나 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도 BBC에 현행 규정으로는 연예 기획사가 외국인에게 언어와 춤을 가르치는 것을 제한하지 않아 이러한 '학원형 기획사'를 규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유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이곳은) 내가 꿈을 좇던 곳이지만 동시에 트라우마를 되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엘린은 이런 환경에서 꿈을 좇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결국 중도 포기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엘린은 "K팝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거기엔 책임도 따른다"면서 "최소한 이 꿈을 좇는 아이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