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1일(토)

"날 무시해?" 흉기로 아내 찔러 살해한 남편, 징역 18년

경기 고양시에서 아내를 흉기로 88차례 찔러 살해한 70대 남성이 징역 1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는 지난 8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70대)에게 징역 18년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오전 11시 20분께 경기 고양시 딸의 집에서 아내 B씨(69)를 과도로 88회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건 발단은 부부간 사소한 갈등에서 시작됐습니다. B씨가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플라스틱 서랍장을 집으로 가져온 것을 두고 A씨가 "왜 남이 쓰던 쓰레기를 집에 가지고 오냐"며 격하게 다퉜습니다. 감정이 상한 B씨는 사건 전날 "집을 나가겠다"며 딸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날 B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격분한 A씨는 흉기를 준비해 딸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당시 집에는 B씨만 혼자 있었고, A씨는 흉기를 88차례 휘둘러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범행 직후 A씨는 스스로 119에 신고해 자수했습니다.


부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간 집안일로 아내와 자주 언쟁을 벌였고 갈등이 쌓였다"며 "사건 당일에는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계획적 범행 여부였습니다. A씨 측은 순간적 감정 폭발에 의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으로 이동할 때 흉기를 가방에 챙겨간 점,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찔러서 살인하기엔 과도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계획적 살인 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검찰에서 '아내를 위협해서라도 마음을 돌리려고 과도를 가져갔다'고 진술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죄책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부싸움 후 '6개월 딸' 15층서 던져 살해한 친모...남편, 선처 호소했다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A씨의 강박장애와 조울증 등 정신적 불안정을 고려할 때 동종 범죄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형 집행 종료 후에도 지도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할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독특한 자존심'을 여러번 언급하면서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한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성이 크다"며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시인하는 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