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8일(일)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에 소환된 8년 전 악몽... 삼성증권 사태 재조명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두고, 8년 전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가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자산의 형태는 다르지만, 단순 입력 실수가 막대한 규모의 지급 사고로 이어졌고, 일부 매도 과정에서 시장 가격까지 출렁였다는 점에서 구조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오후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1인당 2천원에서 5만원 상당의 당첨금을 지급하려다,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습니다. 이로 인해 보유 포인트로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 695명 가운데 랜덤박스를 개봉한 249명에게 지급돼야 할 총 62만원이, 전산상으로는 62만개의 비트코인으로 각 계정에 반영됐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약 2490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된 셈입니다. 당시 비트코인 시세가 1개당 약 980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계정에 반영된 금액만 놓고 보면 1인당 약 2440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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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은 7일 오전 공지를 통해 "6일 오후 7시 이벤트 리워드가 지급됐고, 오후 7시20분 오지급 사실을 인지했다"며 "오후 7시35분부터 관련 계좌의 거래와 출금을 순차적으로 제한했고, 7시40분 차단을 완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부 이용자들이 지급 직후 비트코인을 시장가로 매도하면서, 전날 오후 7시30분께 빗썸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이 8111만원까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른 거래소와 달리 빗썸에서만 가격이 급변하면서, 일시적인 호가 공백과 가격 왜곡이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시민들은 "삼성증권이 2018년 4월 6일 겪은 '유령 주식' 사태와 닮아 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씩 지급해야 했지만, 직원의 입력 실수로 현금 대신 자사주 1천주씩을 배당했습니다. 당시 삼성증권 주가는 3만 9800원이었습니다. 계산하면 약 3980만원 상당의 주식이 잘못 지급된 셈입니다. 전체 지급 규모는 112조 6985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배당을 받은 직원 수십 명이 주식을 급히 매도하면서 주가는 한때 12%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이 시장에 유통됐다'는 비판과 함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주식 발행 한도를 넘는 물량이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래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유령 주식' 논란도 확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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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시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여 1억 4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다른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전산 시스템과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점검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매도한 직원 등 23명에게 해고·정직·감봉 등의 중징계를 내리고 일부를 형사 고소했습니다. 


이후 직원 4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4명은 벌금형을 확정받았습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대표이사는 사임했습니다.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1심에서 일부 투자자가 승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는 모두 패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서도 현장 검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사고 발생 경위와 내부통제 체계, 비트코인 회수 가능성,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이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 급변 과정에서 손실을 입은 이용자들이 거래소를 상대로 민사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