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 무속인 정호근이 가족을 위해 신내림을 받았지만, 연이은 가족의 죽음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지난 2월 5일 정호근은 방송된 MBN '특종세상' 725회에서 무속인이 된 배경과 함께 충격적인 가족사를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1984년 MBC 공채 17기 탤런트로 데뷔해 '여인천하', '선덕여왕', '광개토대왕'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쳤던 그는 12년 전 갑작스럽게 신내림을 받아 연예계를 떠났습니다.
정호근은 신병 증상이 시작됐던 당시를 회상하며 "맨 처음에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곳저곳이 아픈데 특히 배가 너무 아팠어요. 병원에 가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귀에서 자꾸 소리가 났어요. 어떨 때는 벌이 나는 소리가 하루종일 들렸습니다. 이비인후과를 가도 모른다고 하니 정신병인가 싶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MBN '특종세상'
병원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자 점집을 찾아간 정호근은 무속인으로부터 "너도 무당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화가 나서 점상을 엎기도 했다는 그는 드라마 '광개토대왕' 촬영 당시에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결국 가족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신내림을 받으며 무속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호근은 집안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친할머니께서 신의 제자셨어요. 저희 집안은 신의 환란으로 인해 시련이 많았던 집안입니다. 맨 처음엔 누나, 그다음에 여동생, 그다음이 저예요. 신의 환란이 한 사람만 되더라도 집안이 난리 법석이 되는데 우리는 세 사람이 그랬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정호근은 지난해 여동생을 잃은 아픔을 토로했습니다. 여동생은 50대 초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 역시 신내림을 받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정호근은 "여동생도 신내림을 받았던 사람인데 허리를 못 쓰게 되고 못 걷게 되고 목까지 못 가누게 되니 드러눕게 됐어요. 신체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신장을 하나 적출하고 그 이후부터도 몸이 계속 쇠약해져서 10년 버티다 작년에 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호근은 여동생의 죽음에 대해 깊은 자책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죄의식이 생기더군요. 모든 것이 다 후회스럽고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라는 생각"이라며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다 먼저 갑니다"라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정호근은 대학 동기인 코미디언 노유정과의 만남에서 여동생이 무병으로 고생했던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그는 "여동생을 내 집 신당에 데려다가 일주일에 두 번씩 점을 보게 했는데 그것도 못 하겠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이 일을 접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굉장히 아팠습니다. 10년 동안 아파서 누워있었는데 작년 여름부터 그렇게 몰아쳐서 아프더니 한여름에 갔어요"라고 회상했습니다.
MBN '특종세상'
정호근은 "조금 더 야무지게 휘어잡아 걸을 수 있게 만들고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줘서 삶에 대한 집착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었는데 후회스럽고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라는 생각"이라며 깊은 후회를 표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호근이 두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사실입니다. 중매로 만난 아내와 첫눈에 반해 결혼해 1남 2녀를 둔 그는 "5남매였습니다. 큰딸이 있었고 막내아들이 있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정호근은 "우리 애는 폐동맥 고혈압이었어요. 심장까지 안 좋아져서 살더라도 명이 그다지 길지 못했을 거고 일반인처럼 살 수 없었던 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였습니다. 첫 아이 잃어버리고 막내아들은 낳은 지 3일 만에 내 품에서 갔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정호근은 "가끔 큰딸과 막내아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벌써 20년이 지났는데"라며 여전히 아픔을 간직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