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강남권 핵심 오피스 자산인 '센터필드' 매각 절차를 밀어붙이면서 출자자(LP)와 위탁운용사(GP) 간 갈등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입니다. 핵심 수익자인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모두 매각에 반대하는데도 운용사가 매각 방침을 고수하는 이례적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20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센터필드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직후 "매각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이메일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앞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국민연금도 내부 검토 단계를 넘어 운용사에 직접 반대 의사를 전달하며 선을 그은 셈입니다.
센터필드는 신세계프라퍼티와 국민연금이 각각 49.7%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0.6%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핵심 수익자 두 곳이 동시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매각 절차가 이어지는 점 자체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적 권한 다툼을 떠나, 통상 운용사가 핵심 수익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각 절차는 실무적으로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12일 RFP를 발송한 뒤 자문사들과 비밀유지계약(CA)을 체결했고, 16일에는 자문사에 센터필드의 비용·수익 구조 등 추가 자료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RFP 이후 추가 움직임이 없어 매각이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상세 자료 제공이 뒤따르면서 매각 강행 의사가 확인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사진 제공 = 이지스자산운용
신세계 측은 "수익자와 협의 없는 일방적 매각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입니다. 관련 대응 방안 검토를 위해 캡스톤자산운용 측에 집합투자업자 변경 가능성 등도 포함해 검토를 요청하겠다는 입장도 전해졌습니다.
국민연금 역시 단순한 매각 반대를 넘어 운용사 교체 가능성까지 포함해 대응 방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칙적으로 펀드 자산 처분 등 운용 판단은 GP인 운용사가 수행하지만, 사모펀드는 계약 구조에 따라 자산 매각과 같은 핵심 의사결정에 수익자의 동의권을 두거나 특정 요건에서 운용사의 재량을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센터필드 펀드 약정에도 자산 매각 및 이관 등 중요 절차에 수익자 동의권 조항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아직까지 해당 부분에 대해 해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10월 펀드 만기 도래를 이유로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습니다. 수익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선관주의 의무'에 따른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공개경쟁을 통해 시장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펀드와 수익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지스자산운용의 단독 움직임에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센터필드가 공실이 거의 없고 연간 300억원 이상의 배당이 나오는 우량 자산이라는 점이 거론됩니다.
모두가 탐낼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센터필드를, 향후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중론인 센터필드를 급하게 매각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기 도래만을 이유로 매각을 추진한다는 설명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센터필드 / 사진제공=이지스자산운용
이는 만기 연장이 어렵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제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이지스자산운용과 펀드 만기를 1년 연장했습니다.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매도·보유' 선택을 넘어, 운용사와 핵심 수익자 간 신뢰 문제가 크게 경색된 신호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국민연금과 이지스자산운용 사이에 과거 대형 거래를 둘러싼 이견, 경영진 이해상충 논란 등이 누적되며 신뢰에 금이 갔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센터필드 만기 국면에서 갈등이 전면화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과 신세계는 센터필드 매각 혹은 만기 연장과 관련해 협의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정면으로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신세계 측과 소통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고, 신세계 측은 "조 단위 자산의 처분을 상황에서 운용사가 사실상 단기간에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신세계 측은 매각 절차에 동의한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선관주의 의무'에 대한 해석도 엇갈립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매각 절차를 밟아야 투자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고, 신세계 측은 일방적인 매각 자체가 투자자 이득에 반한다는 견해입니다.
사진제공=센터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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