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그려왔던 메타버스의 미래가 결국 냉정한 현실의 벽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최근 나이키는 디지털 패션 전문 자회사 RTFKT(아티팩트)를 매각하면서 메타버스 사업에서 사실상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한때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던 NFT·가상자산 실험이 4년 만에 막을 내린 셈입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이키는 지난달 17일 NFT 전문 자회사 RTFKT를 익명의 구매자에게 매각했습니다. 매각 금액과 인수 주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RTFKT
나이키 대변인은 "RTFKT는 12월 17일 새로운 소유주에게 이전됐으며, 기업과 커뮤니티 모두에게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 조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RTFKT는 2020년 베노잇 파고토 등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한 가상 운동화와 디지털 수집품을 선보이며 빠르게 주목받았습니다. 디지털 패션과 NFT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 RTFKT는 메타버스 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중국 선전의 쇼핑가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 / GettyimagesKorea
나이키는 2021년 12월, 디지털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RTFKT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존 도나호 전 나이키 CEO는 "나이키의 디지털 발자국을 확장하고, 게임과 문화, 창의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선수와 창작자들을 지원하겠다"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고 NFT 거품이 꺼지면서 디지털 수집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식었습니다.
시장 환경이 악화되자 나이키는 지난해 12월 RTFKT 사업부 운영 중단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 / 나이키
이번 매각은 엘리엇 힐 신임 CEO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나이키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힐 CEO는 취임 이후 복잡해진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도매 파트너십 강화와 핵심 제품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업계에서는 나이키가 수익성이 불확실한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하고, 스포츠 의류와 신발이라는 본업에 다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이키는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과 재고 부담,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를 겪어왔습니다.
나이키 측은 "물리적·디지털·가상 환경 전반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사업에서의 사실상 철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4년에 걸친 메타버스 실험을 마무리한 나이키는 이제 다시 전통적인 스포츠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미래를 약속했던 디지털 자산 대신, 브랜드의 근간인 운동화와 스포츠웨어 경쟁력을 되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