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07일(수)

'제2의 초코파이 사태'... 1500원 과자 실수로 결제 안한 재수생, '절도범' 몰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1500원짜리 과자 한 개를 실수로 결제하지 않고 나간 재수생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습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최근 김모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내려진 자신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9인 전원일치로 받아들였습니다.


헌재는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검사)은 청구인(김씨)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6-01-05 14 37 4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입 재수학원에 다니던 중 지난해 7월 24일 밤 10시32분쯤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1500원 상당의 과자 한 봉지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갔다(절도)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김씨는 점포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해당 과자를 골라 무인 계산대로 가져온 후 과자는 빼놓은 채 아이스크림 4개와 비닐봉지 값 3050원만 결제했습니다.


김씨는 또한 냉동고 위에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한 개를 놓고 다시 넣어놓지 않았습니다.


점포 주인은 김씨가 과자를 훔치고 아이스크림 1개가 녹아 손해를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매장 주인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했고, 매장 주인은 합의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느라 부주의해 과자를 깜박 잊고 결제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씨에게는 절도 전과나 형사처벌 전력도 전혀 없었습니다.


주운 지갑에서 카드로 편의점 '천원' 결제하고 다시 '현금' 넣어 맡기고 떠난 천사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검찰은 김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재판에는 넘기지는 않되 김씨가 합계 2300원의 물건값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 사실은 인정된다는 취지였습니다.


헌재는 매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토했습니다. 김씨는 이어폰을 낀 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고르고, 자신의 명의로 된 체크카드로 다른 물건을 계산하는 등 "과자만을 계산하지 않고 따로 절취하고자 했을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김씨는 당시 아이스크림 4개의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고 구매 상품을 담을 비닐봉지 값 50원을 별도로 입력해 결제하기도 했다"며 "김씨가 나머지 상품들을 모두 계산하면서 유독 고의로 이 사건 과자만을 계산하지 않고 따로 절취하고자 했을 이유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사 측은 '김씨가 수시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고, 결제 내역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과자를 따로 결제하지 않았으니 절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단순히 재생되는 음악을 바꾸는 등 다른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