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오너家 3남 김동선 부사장의 최근 행보가 그야말로 '핫'합니다. M&A 실행 조직을 구성하면서 '자금 여력'까지 함께 갖추는 흐름을 보이면서 그 움직임에 관심이 쏠립니다. 유통·급식·레저에서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영역까지 인수 후보군을 넓히며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이 관여하는 사업군의 M&A 기회를 발굴·검토하는 전담 성격의 전략 조직이 최근 꾸려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계열사 사무실을 거점으로 내부·외부 인력을 섞어 운용하고, 실무 인력은 각 계열사 소속이되 해당 조직에서 투자 검토를 전담하는 형태라는 설명도 뒤따릅니다.
이미 성과가 확인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중심의 급식·레저 쪽입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5월 아워홈 경영권 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인수해 거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아워홈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는 이달 1일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 인수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 뉴스1
레저 부문에서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8월 파라스파라 서울 리조트를 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운영사 부채 약 3,900억원을 승계하는 조건을 택했습니다. 중앙그룹 계열 리조트 체인 휘닉스중앙 인수도 기업가치 2,500억원 수준에서 검토되며 실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한화갤러리아의 이러한 움직임에서 '변곡점'은 파이브가이즈 매각 건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7일 국내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지분 매각과 관련해 H&Q에쿼티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본실사 이후 본계약(SPA)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일 뿐입니다. 아직 거래 금액과 조건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매각 건 결과에 따라 김 부사장 라인의 투자 전략이 보다 선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자금 여력' 측면에서 가장 큰 변수로는 한화에너지 지분 거래가 거론됩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김 부사장(15%)은 '형'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5%)과 함께 한화에너지 지분 총 20%를 한투PE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프리IPO 거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체 거래 규모는 1조 1,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됩니다. 단순 환산하면 김 부사장 몫은 약 8,250억원이지만, 실제 유입 규모는 거래 종결 여부와 최종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파이브가이즈 지분 매각 대금이 한화갤러리아(법인)로 유입되는 성격이라면, 한화에너지 지분 거래로 인한 자금은 개인 유동성으로 연결되는 성격이어서 '다르게' 봐야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그럼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김 부사장이 고려하고 있을 '다음 타깃'으로 옮겨갑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한화비전 축을 통해 반도체 소부장 상장사·비상장사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 부사장이 한화비전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는 가운데,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이 HBM 공정에 쓰이는 열압착(TC) 본더 장비 시장에 진출했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력 보강 수단으로 인수합병이 거론된다는 설명입니다.
반도체 관련 포석도 일부 깔려 있습니다. 한화는 10월 수시 인사에서 김재현 한화푸드테크 기술총괄을 한화세미텍 대표이사로 내정했고, 한화비전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현물 출자 방식으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팹리스파이오니어홀딩스를 설립해 비전용 SoC 개발을 추진해 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와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한화 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가지 관측은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신사업' 탐색으로 보기보다는 김 부사장이 맡은 사업군의 체급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급식·레저처럼 현금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반도체 소부장처럼 성장성이 큰 영역에서 기술과 고객 레퍼런스를 확보해 '무게감'을 키우려는 구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특히 유통·레저와 달리 기술 경쟁이 좌우하는 산업에서 한화비전·한화세미텍이 존재감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제휴는 물론 속도감 있는 M&A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빅딜'보다는 특정 공정이나 제품군에서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