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앞두고도 전국 주요 공항의 위험 시설물이 여전히 방치되고 있어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동아일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인천공항 1활주로 인근 착륙대에 가로 2.8m, 높이 2m 규모의 철제 배전반이 설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감사보고서는 배전반이 '부러지기 쉽고 낮은 구조'로 되어 있지 않아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동체 손상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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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대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에 대비한 완충 구역입니다. 보고서는 해당 배전반을 착륙대 외곽으로 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감사 지적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배전반은 이설 공사에 착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공사 관계자는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는 방학 등으로 항공 이용이 몰리는 성수기인 데다 눈 등 날씨 문제도 있어 공사에 적합하지 않다"며 "내년 3월에는 공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 고시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르면 공항 운영자는 항공기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착륙대 내에 설치할 수 없습니다. 예외적인 경우에도 부러지기 쉽고 낮게 설치해야 합니다. 무안 참사 때도 항공기가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충돌하며 피해가 확대되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전국 7개 공항 중 5개 공항이 방위각 시설 개선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25일 국토부에 따르면 로컬라이저가 둔덕이나 콘크리트, 철골 구조 기초대 위에 설치된 무안, 김해, 제주, 광주, 여수, 포항경주, 사천공항 등 7곳 중 개선 공사가 완료된 곳은 포항경주와 광주 등 2곳에 불과했습니다.
국토부는 12·29 참사 이후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7곳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연내 둔덕 제거와 경량 철골구조 재설치 등 개선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김해와 사천 공항은 로컬라이저 2개 중 1개씩만 공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나머지 공사는 내년 2월경 완료할 계획입니다. 여수공항의 경우 이달 31일경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제주공항은 내년 8월에야 공사를 시작해 2027년 3월에 마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안공항의 경우 유가족과 협의 이후 공사를 진행하겠다며 아직 착공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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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에서 활동하는 항공기 조종사들은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한 민항기 기장은 "참사 당시 방위각 시설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흙으로만 되어 있었어도 인명 피해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단단한 장애물은 항공기를 폭발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한 기장은 "현재 제주공항의 철골 구조 방위각 시설이 만약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가볍고 얇은 항공기를 '칼'처럼 잘라버릴 정도로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이 2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조종사 1426명 중 950명이 전국 7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 장애물의 즉각적인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23일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법규를 위반해 설치된 시설물이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결을 공개하며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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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격벽과 상판을 포함한 둔덕을 기초로 설치되어 있어 충돌 에너지를 흡수·완충하기는커녕 오히려 충돌 에너지를 증폭시켜 항공기 및 탑승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권익위는 '부러지기 쉽지 않은' 콘크리트 격벽과 상판을 포함하는 둔덕으로 구성된 방위각 시설이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과 공항 안전 운영 기준을 위반했다며 방위각 시설을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다시 설치할 것을 시정 권고했습니다.
유가족협의회는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권익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불법 시설물 설치·관리 책임을 통감해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죄하라"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