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정자기증 후 '동등 상속' 약속한 텔레그램 창업자... 자녀수 최소 100명 이상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41)가 정자 기증을 통해 전 세계 12개국에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자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억만장자이자 메신저 텔레그램의 최고경영자인 두로프가 2010년경부터 정자 기증을 시작해 현재 최소 12개국에 100명이 넘는 자녀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로프는 지난해 7월 텔레그램을 통해 올린 글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세 명의 여성 사이에서 6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자 기증을 통한 생물학적 자녀는 이보다 훨씬 많은 상황입니다.


GettyImages-489468026.jpg파벨 두로프 / GettyimagesKorea


현재 두로프는 정자 기증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모스크바의 한 난임병원에는 여전히 그의 냉동 정자가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로프는 지난해 6월 프랑스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들에게 유산을 동등하게 상속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10월 미국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출연해서는 "나와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규명할 수 있다면 아마도 30년 후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유산의 일부를 받을 자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DNA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두로프의 재산은 170억달러(25조원)에 달하며, 이는 대부분 텔레그램의 가치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두로프의 정자가 보관된 러시아 난임병원은 "유명 기업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파벨 두로프의 정자를 사용한 체외수정(IVF)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GettyImages-137637921.jpg파벨 두로프 / GettyimagesKorea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의사는 WSJ에 두로프의 정자를 받기 위해 찾아온 여성들이 "모두 외모가 뛰어났고 교육 수준이 높았으며 건강 상태도 좋았다"며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혼이어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의사는 "그들은 특정 유형 남성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며 "그런 유형의 아버지를 올바른 유형으로 여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WSJ은 두로프의 광범위한 정자 기증이 생식 윤리와 기술의 경계를 넓히려는 시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유전자 검사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원하는 특성을 가진 아이를 낳으려는 일부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는 행위로 해석됩니다.


두로프는 자신의 정자 기증을 건강한 정자 부족 상황을 완화하고 다른 남성들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해왔습니다.


WSJ은 이러한 배경에는 서구 문명 일부가 쇠퇴하고 있다는 더 넓은 세계관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GettyImages-137637885.jpg파벨 두로프 / GettyimagesKorea


두로프는 지난 10월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가 잠든 사이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는 도덕적, 지적, 경제적, 궁극적으로는 생물학적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게시했습니다.


WSJ은 두로프가 세계 무대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이 있는 집단에 속하며, 이들 중 일부는 원하는 형질을 지닌 자녀를 갖기 위해 유전자 시험과 조작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