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7조 8천억 KDDX, '경쟁 입찰' 결정... "내년 말 계약 목표"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의 향방을 둘러싸고 길게 이어졌던 줄다리기가 일단락됐습니다. 누가 먼저 웃고, 누가 더 아쉬움을 삼켰는지는 엇갈리지만, KDDX 사업은 다시 경쟁의 트랙 위로 올라섰습니다.


양 사 간 과열 경쟁과 공정성 논란 등으로 사업이 크게 지연된 만큼 내년 말까지 계약이을 모두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22일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경쟁입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추위에는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 세 가지 방안이 상정됐으며, 논의 끝에 경쟁입찰 방식이 의결됐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결정을 통해 "고도화되는 적의 핵·미사일과 수중 위협에 대한 압도적인 대응 능력을 갖춘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 전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해군 기동함대의 주력 전력으로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해양 권익을 보호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주요 무기체계의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인 장비 운용과 방산 수출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입니다. 총 7조 8천억원을 투입해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앞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맡았습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곧바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양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방사청이 사업 방식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체 일정도 지연됐습니다.


그동안 방사청은 납기 안정성과 관행을 이유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아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방사청은 최종 결정을 미뤄왔습니다. 이번 방추위 의결로 사업 방식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된 셈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미묘한 평가가 엇갈립니다. 경쟁입찰로 방향이 정해지면서 먼저 한화오션에는 기회의 문이 열렸고, 수의계약을 기대해왔던 HD현대중공업에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쟁=한화오션 승리'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반면 지금은 종료된, HD현대가 방위사업청에 받고 있던 '무기체계 사업 제안 평가 시 보안감점'이 다시 추가 적용된다고 해도 HD현대가 불리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1.8점의 벌점이 아닌 1.2점의 벌점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정도라면 이지스함 구축 기술에 앞서 있는 HD현대가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경쟁입찰시 특정업체에게 보안감점이 적용돼 불리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방위사업청은 KDDX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대한 보안감점 적용 여부를 결정한 바 없으며, 현재 관련 사항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안 감점이 확정적으로 적용된 상황은 아니며 제안서평가는 관련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중하게 판단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사이트에 "방추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그간 지켜져 온 원칙과 규정이 흔들린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방추위의 결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며, 향후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이와 관련 한화오션 측은 "방추위가 결정한 구체적 상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제공 = HD현대사진 제공 = HD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