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승객들이 탑승과 활주로 이동 과정에서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2배를 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프랑스 파리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샤를드골 공항에서 출발하는 유럽행 항공편 객실의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 승객 탑승 시간과 지상 활주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습니다.
연구진은 객실 앞쪽 빈 좌석이나 주방에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실제 승객들과 함께 비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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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결과, 비행기가 상공을 날 때는 순항 고도에서 비교적 깨끗한 공기 속을 비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승객들이 탑승하는 시간과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동하는 동안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오염된 공기는 이륙 후 서서히 배출됐지만, 착륙을 위해 공항에 접근할 때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그을음 입자로 불리는 블랙카본 역시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습니다. 공항에 있을 때 농도가 가장 높았던 것입니다.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기존 측정 방식으로는 잘 잡히지 않아 대기오염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합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초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WHO와 네덜란드 보건위원회는 2021년 초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친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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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폐 염증, 혈압 상승, 심장 질환, 태아 성장 저해 등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11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수년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사람들이 폐암을 포함한 조기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전 세계 항공 승객 수가 처음으로 5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우려 사항입니다.
항공기는 도로 교통이나 산업 시설에 비해 오염 물질 규제가 느슨한 편입니다.
공항의 초미세먼지 문제는 승객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샤를드골 공항에서 1㎞ 떨어진 곳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파리 순환 도로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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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500m 떨어진 지점의 초미세먼지는 런던 도심 가장 붐비는 도로변보다 높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항 초미세먼지의 영향 범위입니다. 샤를드골 공항의 초미세먼지는 5㎞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감지됐습니다.
런던에서는 히드로 공항의 초미세먼지가 서부와 중부 런던 전역에서 검출돼 수백만명이 이를 호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