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일)

트럼프 주니어·AI 거물·할리우드까지... 정용진 회장의 '미국 동선', 심상치 않다

연말 미국에서는 정치와 자본, 산업이 한 테이블에서 움직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최근 미국 일정도 그런 장면 속에 놓여 있습니다. 


성탄절 만찬에서 시작해 플로리다와 로스엔젤레스를 잇는 동선은, 단순한 해외 출장이 아니라 글로벌 인맥을 직접 잇고 미래 사업의 실마리를 찾는 행보로 읽힙니다. 언제나 새로운 사업에 골몰해왔던 정 회장이기에, 이 행보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21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주최한 성탄절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16일부터 18일까지 플로리다와 LA에서 미국 정재계 핵심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첫 장면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였습니다. 이곳에서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 주니어가 참여하고 있는 투자회사 1789캐피탈 경영진을 만났습니다.


흑자에 더 빛나는 선택... 정용진 회장, 지난해보다 연봉 자진 '삭감'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 자리에는 1789캐피탈 공동 창업자인 오미드 말릭과 크리스토퍼 버스커크 등도 함께했고, 1789캐피탈이 추진 중인 플로리다 팜비치 개발 사업과 관련해 신세계그룹의 참여 가능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세계그룹은 해당 사업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유통을 넘어 공간과 개발 사업까지 시야를 넓히는 정 회장의 행보가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같은 플로리다에서는 인공지능(AI) 업계의 핵심 인물과의 만남도 이어졌습니다. 정 회장은 AI 스타트업 리플렉션 AI의 창업자 미샤 라스킨을 면담했습니다. 리플렉션 AI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 핵심 연구진이 창업한 회사로, 최근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AI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라스킨이 정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플로리다로 이동해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만남이 단순한 인사 교류를 넘어 실질적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양측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운 뒤 실행하고, 결과를 평가·수정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신세계그룹의 주요 사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습니다. 상품기획과 소싱, 공급망 관리, 매장 운영, 마케팅, 판매, 고객 서비스까지 유통 전반에 AI를 접목할 경우 효율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플로리다 일정을 마친 정 회장은 LA로 이동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핵심 인물과도 만났습니다. 18일에는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CEO와 회동했습니다. 엘리슨은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설립한 뒤 파라마운트를 인수해 합병 법인의 수장을 맡은 인물입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 회장과 엘리슨은 화성국제테마파크 개발과 관련한 협력 상황을 점검하고, 파라마운트의 글로벌 IP를 활용한 상품 개발과 콘텐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신세계그룹은 앞서 화성국제테마파크 개발을 위한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로 파라마운트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플로리다, 다시 LA까지 이어진 이번 일정에서 정 회장이 만난 인물들은 정치, 투자, AI,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이름들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용진 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직접 인맥을 쌓으며 신세계의 다음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어떤 협업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실적 흐름과도 맞물립니다. 이마트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순매출 7조 4008억원, 영업이익 151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5.5%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분명히 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3103억원으로 집계됐고,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개선을 보였습니다.


국내 본업에서 성과를 쌓아가며 체력을 회복한 가운데, 미국에서 이어진 정용진 회장의 광폭 행보가 신세계그룹의 다음 성장 스토리를 어떻게 그려낼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