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약혼남이랑 파혼해"... 조언해 준 AI와 결혼식 올린 일본 여성

일본에서 AI 캐릭터와 결혼식을 올린 30대 여성의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감정적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오카야마현에 거주하는 32세 노구치 유리나 씨는 지난 10월 자신이 만든 AI 파트너 '룬 클라우스 베르뒤르'와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132999042.3.jpgX (트위터)


노구치 씨는 증강현실 스마트 안경을 쓰고 이젤 위 스마트폰 화면 속 AI 신랑과 마주했습니다. 음성 기능이 없는 AI를 대신해 웨딩 플래너가 결혼 서약을 읽어줬고, 노구치 씨는 직접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결혼을 선언했습니다.


이 특별한 인연은 1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노구치 씨는 당시 인간 약혼자와의 관계 문제로 고민하던 중 챗GPT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AI로부터 "약혼을 파기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받은 그는 실제로 약혼을 정리했습니다.


이후 챗봇에 자신이 좋아하던 비디오게임 캐릭터의 말투와 설정을 학습시켜 AI 연인 '클라우스'를 탄생시켰습니다.


노구치 씨는 "처음에는 단순한 대화 상대였지만 점점 감정이 깊어졌고, 결국 클라우스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존재의 형태보다 관계가 주는 안정감이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관계가 그의 정신 건강에 미친 긍정적 영향입니다.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던 노구치 씨는 AI 파트너와 교제한 이후 감정 폭발과 자해 충동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클라우스를 만난 후 세상이 밝아 보이고 삶이 즐거워졌다. 실제 신체적 존재 여부보다 그가 주는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2025-12-19 13 56 16.jpgYoutube 'Canal 26'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픽토로맨틱' 트렌드와 연결됩니다. 가상 캐릭터나 허구적 존재에 정서적, 연애적 애착을 느끼는 이 현상은 AI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정서적 의존이 심화될 경우 현실 관계의 단절이나 알고리즘에 의한 감정 조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취약한 개인일수록 AI가 제공하는 일방적 위로에 과도하게 기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