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지속된 사립대학 등록금 규제가 폐지되면서 대학과 학생 사이에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27년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립대학의 재정 악화와 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직전 3개년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2배로 제한하는 등록금 인상 상한선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최근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대학가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5.1.17 / 뉴스1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학생에게 직접 지원하는 Ⅰ유형과 대학의 자체 노력과 연계해 지원하는 Ⅱ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지난 2024년 기준으로 성균관대 41.9억원, 고려대 40.8억원, 연세대 39.3억원, 한양대 33.7억원 등 주요 대학들이 수십억 원의 Ⅱ유형 국가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내년까지 전국 대학들은 총 2100억 원의 Ⅱ유형 국가장학금을 배정받습니다.
그동안 Ⅱ유형 국가장학금은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족쇄' 역할을 했습니다.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가 Ⅱ유형 국가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각 대학은 단순히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 사업 선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등록금 동결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변화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93개교 중 70.5%인 136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했습니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있었고, 사학진흥재단 분석을 통해 규제를 합리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대학가는 이번 규제 폐지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대교협은 15일 "대학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고등교육의 질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규제가 없어진 것은 당연하다"며 "재정난 해소보다 불합리한 규제가 하나씩 완화된 데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자율적으로 등록금 인상분을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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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로 올해에 이어 앞으로도 등록금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허수경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약 3.1% 등록금 인상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이라며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재정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대학 측은 학생들과의 조율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립대 총장은 "우려는 있겠으나 등록금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율하는 문제"라며 "학생들과 등심위 과정에서 토론을 충분히 거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